김영환(48)씨는 대구 내당동의 시계.보석 가게 문을 열지 않는 일요일 아침이 더 바쁘다.
대구.경북 지역 군부대 훈련병들의 시계를 무료 수리해 주러 떠나야 하기 때문. 함께 봉사 갈 동료 3명에게 출발 확인 전화 하랴 장비 챙기랴 하면 평일보다 훨씬 일찍 일어나야 한다.
"우리들이 군대에 가지 못한 터라 나라 위해 더 큰 봉사 하는 젊은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었을 뿐입니다". 한국 시계기술협회 대구지회장이기도 한 김씨는 소아마비로 목발을 짚어야 움직일 수 있는 지체장애 2급 장애인. 봉사팀 4명 중 장태호(42.신천동) 채홍성(39.문경) 김일호(39.죽전동)씨는 지체장애 3급 장애인들이다.
이 봉사팀이 훈련병들의 시계를 수리해 주기 시작한 것은 2000년 6월. 김일호씨가 육군본부 홈페이지에 그 뜻을 올린 뒤 2군사령부가 도움을 요청했고, 형님.동생 하며 지내던 4명이 힘을 합쳤다.
"한 훈련병이 고맙다며 거수경례를 해 왔을 때는 정말 가슴 뿌듯했습니다.
군 부대 식당에서 훈련병들과 같이 밥을 먹을 때는 고참병들이 따로 계란 프라이를 담아다 주기도 합니다".
시계가 고장 나도 외박.외출이 쉽잖아 답답해 하던 훈련병들은 김씨 일행이 찾아가면 길게 줄을 선다.
봉사대가 거기서 일하는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하루 10시간 가량. 하루 70, 80개의 시계를 고칠 수 있고, 지금까지 손 봐 준 것은 합계 3천여개에 달한다.
전자시계가 많아 시계 뒷면 십자형 나사를 종일 돌리다 보면 손이 아플 정도. 현장에서 고칠 수 없는 것은 각자의 가게로 가져 가 고쳐 우편으로 부쳐 보낸다.
배터리가 닳거나 물이 찼거나 유리가 깨지고 줄이 끊긴 시계들의 부품값은 개당 3천~8천원. 지금까지 900여만원의 재료비가 들어갔고, 이 돈은 봉사대원들의 호주머니에서 충당됐다.
"장애인이다보니 남의 도움을 받고만 살아야 할 처지인줄 생각하다가, 이제 다른 사람에게 오히려 도움될 수 있으니 얼마나 기쁜 지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만나는 훈련병들도 사회에 기여하는 사람이 됐으면 하고 욕심을 내 봅니다". 김씨 일행은 앞으로도 최소 10년은 더 봉사할 계획이라고 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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