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은 북한 핵문제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임동원(林東源) 대통령 외교안보통일특보를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27일 북한에 파견키로 결정했다.
박선숙 청와대 대변인은 24일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임동원 외교안보 통일특보가 27일부터 평양을 방문한다"면서 "이번 특사 방북은 남과 북의 합의에 따라 이뤄지는 것으로서, 핵 문제 및 남북관계 제반 현안에 대해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임 특보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면담하고 북핵 문제와 관련한 김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특사 방북에는 임 특보 외에 임성준 청와대 외교안보수석과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측의 이종석(李鍾奭) 인수위원이 동행한다. 김 대통령의 대북 특사 파견 결정은 교착상태에 빠진 북핵문제 해결방안을 남북간 직접 대화를 통해 모색하기 위한 것으로, 이번 특사 방북을 통해 북핵 문제해결의 돌파구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특히 김 대통령은 임 특보가 휴대할 친서를 통해 북핵 문제를 평화적, 외교적으 로 해결하기 위해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유럽연합(EU) 등 관련국들과의 외교적 노력을 경주해온 점을 설명하고 김정일 위원장에 대해 가시적인 조치를 취해줄 것을 촉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노 당선자측의 이종석 인수위원은 북핵 문제에 대한 노 당선자측의 메시지를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박 대변인은 "우리는 북한 핵문제의 해결을 위해 그동안 미.일.중.러.EU 등과 총력외교를 펼쳤다"면서 "그러한 연장선상에서 남북간의 직접대화를 통해 평화적 해결의 길을 찾고자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임 특보는 27일 오전 서해 직항로를 통해 북한을 방문, 2박3일간 북한에 머문뒤 29일 귀환할 예정이며, 북한 인사들과의 면담 결과에 따라 귀환시기가 30일로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고 정부 관계자는 전했다. 정부는 지난 10일 북한측에 대북특사 파견을 제의했고, 북한측은 서울에서 열린 제9차 남북장관급 회담 과정에서 이를 수용하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2부
◈ 박 대변인 일문일답
다음은 박 대변인과의 일문일답.
▲박 대변인 = 김대중 대통령의 특사로 임동원 외교안보통일 특보가 1월 27일부 터 평양을 방문한다. 임동원 특사의 방북에는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측을 대표해서 이종석 인수위원이 함께 간다. 이번 특사 방문은 남과 북의 합의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으로서 핵 문제 및 남북관계 제반현안을 협의하게 될 것이며, 임성준 외교안보수석도 동행한다.
--발표 형식은.
▲남북이 오후 3시 동시에 발표하기로 했다.
--정치권에도 설명했나.
▲통일부장관이 여야 정당과 국회 상임위원장(통외통위원장)에게 전화로 통보했다.
--수행원은 더 있나.
▲더 있는 것으로 안다.
--임 특사가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만나나.
▲가봐야 안다.
--언제 합의가 이뤄졌나.
▲1월초에 북측에 제의했고 최근에 답변이 왔다.
--어떤 의미가 있나.
▲지난해 10월 멕시코 로스카보스에서 한.미.일 3국 정상이 만나 북한 핵문제를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그러한 3국의 합의를 출발점으 로 우리 정부는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인 해결을 위해 그동안 미, 일, 중, 러, 유럽 연합(EU) 등과 총력외교를 펼쳐왔다. 그러한 연장선에서 남북간 직접 대화를 통해 평화적인 해결의 길을 찾고자 하는 것이다.
--임성준 외교안보수석과 이종석 인수위원이 동행하는 것은 이례적인데...
▲대통령께서는 북측의 회신이 온뒤 당선자측과 바로 협의하라고 지시했다. 당선자측과의 협의를 통해 당선자측 대표가 함께 가기로 한 것이다. 당선자와 정부는 핵문제에 관해 공통의 관심을 갖고 평화적인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 남북관계의 연속성이란 차원에서도 의미를 찾을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
--미국 등 주변국과도 협의했나.
▲우리는 지난해의 한.미.일 합의 이후 미, 일, 중, 러, EU 등과 지속적으로 총 력외교를 펼쳐왔고 지난 1월초에는 임성준 수석을 미국과 일본에 보내 평화적 해결의 길에 대해 긴밀히 협의한 바 있다. 특사파견에 관해서는 우방과 충분히 협의된 일이다.
--체류기간은.
▲대체로 2, 3일 정도 되지 않을까 예상하는데 확정된 것은 없다.
--방북경로는.
▲비행기로 서해 직항로를 이용해서 가게 된다.
--가서 누구를 만나나.
▲확정되지 않았다. 대통령 특사를 파견하겠다고 제안했고 북측이 그에 동의해 서 진행되는 일이다. 핵 문제 등 남북관계 제반현안에 관해서 대통령 특사가 북측에 뜻을 전달하게 될 것이다.
--대통령 친서를 가져가나.
▲특사로 파견되기 때문에 아마 갖고 가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경의선 철도 연결, 금강산 관광 등 3대 현안도 논의하게 되나.
▲구체적인 것은 다녀와서 특사가 직접 설명드릴 수 있을 것이다.
--어떤 경로로 남북간의 합의가 이루어졌나.
▲구체적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
--장관급 회담에서 이 문제가 협의되었나.
▲더 설명드릴 내용이 없다.
정치2부
◈ 배경과 전망=北核해결 주도권 회복 방책
임동원 특사의 방북은 북한 핵문제의 해결를 위해서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대북 특사파견 배경=경색일로를 걷고 있던 남북관계 진전을 위해 지난해 4월 임동원 특보를 특사로 파견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즉 북한 체제의 특성상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결단 없이는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없는 점을 감안, 특사 파견을 통해 우리 정부의 입장을 직접 전달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북핵 문제의 당사자이면서도 문제 해결과정에서 제 역할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위기감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북한에 대해 「선 핵포기」를, 북한은 미국에 대해 「선 불가침조약 체결」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우리 정부가 할 수 있는 역할은 매우 제한적이었다. 이에 따라 이같은 상황이 고착화될 경우 북한 핵문제는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방향으로 흘러가면서 문제해결의 주도권을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미국 주도로 흘러가고 있는 북핵 문제 해결의 시나리오를 우리 정부 주도로 물꼬를 돌림으로써 북핵 문제에서 차기 정부도 제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도 포함되어 있는 것 같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측의 이종석 인수위원이 임 특사와 동행케한 것은 바로 이같은 점을 시사한다.
△향후 전망=이번 특사 파견에서 북핵 문제 해결의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할 경우 강경대응을 고수하고 있는 미국을 누그러뜨려 「평화적 해결」이란 우리 정부의 원칙이 큰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 핵문제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다루려는 미국의 움직임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정부는 존 볼튼 국무부차관의 아시아 순방을 통해 북한의 태도변화가 없으면 북핵문제를 유엔 안보리에서 다루겠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이같은 점에서 임 특사는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 핵개발 포기와 핵확산금지조약(NPT) 복귀를 강력히 촉구하고 북한이 이에 응할 경우 대북지원 방안도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북핵 문제를 바라보는 미국의 시각과 미국측이 핵개발 포기를 전제로 밝혀온 『과감한 조치』에 대해서도 설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임 특사의 방북이 이같은 큰 성과를 얻어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북한이 「민족공조」를 다시 거론하면서 『미국을 설득해 적대정책을 포기하고
불가침조약을 체결토록 하라』고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동안 남한측을 핵문제의 당자사로 인정하지 않았던 북한측의 태도 변화가 선행되지 않는다면 특사 방북은 큰 성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정경훈기자 jgh0316@imaeil.com
◈ 해설=盧 당선자 '대북 메시지' 관심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인수위 외교.통일.안보분과 이종석 위원을 대북특사로 파견키로 했다. 북한 핵 사태를 두고 김대중 대통령과 노 당선자가 공동 대처한다는 뜻이다. 당연히 김대중 대통령의 친서와 함께 당선자의 대북 메시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 위원은 24일 "임 특보와 동행하게 된 것은 북한 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현 정부의 노력을 성원하고자 하는 노 당선자의 뜻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이 위원의 파견은 우선 노 당선자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간 '간접 대화'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별도의 친서를 전달하지는 않을 것으로 알려졌으나 북한 최고위층을 면담하는 과정에서 당선자의 의중이 전달될 개연성이 크다.
이와 관련, 노 당선자는 여러 차례 북핵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북핵 포기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 △남한 정부의 적극 개입 등 '대북 3원칙'을 천명한 바 있어 이같은 기조의 입장이 전달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노 당선자는 한반도 경제공동체 실현을 위한 '북한 재건계획(북한판 마셜플랜)'을 이 위원의 입을 통해 제시할 가능성이 크다. 24일 스위스 다보스 포럼 특사인 민주당 정동영 고문을 통해 드러난 '북한 재건계획'은, 한반도 경제공동체로 향하는 과감한 신 정부의 대북정책을 담고 있다. 정 고문은 노 당선자의 경제정책 기조를 설명하면서 "북한의 핵 위협요인이 제거될 경우 북한은 그들이 상상하는 것 이상의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인수위와 정부는 '상상 이상의 보상'이 에너지 지원을 비롯 경의선 연결, 개성공단 사업 및 비무장지대 내 남북공동 경제구역 건설 등을 포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새 정부의 비전으로 제시된 '한반도 동북아 경제중심지'와 관련, "남북횡단철도-시베리아 횡단철도-중국 횡단철도를 연결하면 한반도는 아시아와 유럽의 연결축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도 당선자의 메시지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노 당선자가 24일 일본 아시히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조건이 맞으면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을 방문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듯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공식 요청할 가능성도 있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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