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특별기고-고속철 대구 통과 지하화해야

며칠 전 건설교통부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보고한 '경부고속철 대구 도심 통과구간의 일부만 지하화하고 나머지는 지상 및 고가화로 한다'는 발표에 분노가 치민다.

정부의 기본 계획이 지상화로 되어 있는데 이것을 인수위에 보고한 내용은 한심하기 짝이 없다.

또 이 문제를 차기 정권으로 책임 전가하려는 작태인 것이다.

그리고 또 한번 대구 시민을 정치인과 행정가가 철저히 속인 것이다.

지난 87년 노태우 민정당 대표가 고속철을 대선 공약 제시로 내놓았으며, 90년도에 노선 및 기본 계획 당시 대구 구간을 지하화 하도록 입안되었다.

93년 6월 사업계획 1차 수정안이 예산 절감을 이유로 지하에서 지상으로 변경되었을 당시 필자는 시장 재직 중이었고, 홀로 지상화 반대에 열을 올렸다.

지상화는 대구시민 우롱처사

부산 도심 통과 구간은 지하고 대구 구간은 지상이었다.

그때 같은 여권 내에 어떤 의원도 나서지 않았다.

대안으로는 도심 통과가 지하화되지 않을 경우 20km 외각 우회(칠곡 지천~봉무동~금호강 둑을 따라 고모역)를 추진하는 방안이 있었다.

그때서야 시민들과 각종 단체에서 인식을 하고 지상화 반대의 불씨를 댕겼다.

이때 청와대는 지상화 반대의 깊은 영문도 모른 채 대구를 골치 아픈 도시, 지역 이기주의적 도시로만 생각하고, 93년 9월에 고속철 전 구간 6개 역 모두 지상화 건설로 발표했다.

이후 93년 말 고속철 문제는 원점으로 돌아가고 만다.

대구 도심 통과구간 건설공법은 10년 동안 무려 수십 차례의 혼선을 빚어 왔다.

급기야 건교부에서는 지연작전으로 건설공법 5개안(직선 지하화, 병행 지상, 병행 지하, 북부 외각우회, 우회 및 신설역사, 병행고가)을 내놓았으며, 또 후속으로 U자형 반 지하화와 개착식 박스공법(cut and cover)이라는 용어를 내놓았다.

2002년 말 기준으로 지상화 공사 진척은 90%의 완료를 넘어선 단계이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현재 칠곡 지천에 지상에 고속철 교각이 수 십 개나 설치되어 있다는 점이다.

지하로 가기 위해서는 왜관이나 신동에서 지하로 들어가야 한다.

이쯤이면 삼척동자도 무슨 말인지 알 것이다.

필자가 고속철 지하화에 필연적 당위성을 두는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첫째, 도심통과 방심이 대구 발전의 백년대계로 볼 때 도시의 남북분단고착과 도시발전과 장기계획에 지대한 영향이 필연코 미칠 것이다

둘째, 지상화로 인해 공해환경, 문화환경에 대한 악영향의 파장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전국이 반나절 생활권으로 접어들면 모든 흡입력에서 열세인 대구는 수도권으로 더욱더 종속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 예는 철도 선진국 일본의 신간선에서 잘 찾아볼 수 있다.

셋째,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대구 발전의 애착을 갖고 있기 때문이고, 시장 재직시 매일신문 여론조사에서 시민 70%가 고속철 지하화를 위해서 성금을 기부하겠다는 열의가 지금 사라져가는 느낌에서다.

넷째, 고속철 지하화를 내부적으로 확정된 것을 왜 진작 발표하지 않았는지 납득이 가질 않는다.

그 이유가 여야간에 대통령 선거에 악영향을 우려 정략적으로 이용했다면 대구시민을 완전 농락한 것이다.

대구시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경부고속철도의 도심통과 구간이 지상화로 최종 결정이 된다면 누군가는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지하화로 추진하겠다고 호언장담한 정치인이며, 행정가의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고 문책도 따라야 할 것이다.

지금 대구는 광역시 중 최고의 불균형, 부조화의 도시로 낙인되어 있다.

여기 또 찬물을 끼얹어서는 안된다.

고속철 문제를 단순한 경제적 문제와 정치적으로 대입시켜 쉽사리 결정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다.

이제 시민은 고속철에 대한 애향적 당위성을 확고히 가지고 다시 지혜를 모아야 하며 시당국도 이유와 핑계만으로 어떠한 소신 있는 입장도 표명하지 않고 중앙의 눈치만 보는 나약함을 벗어던지고 추진지역 입장에서 보다 적극적인 소신행정으로 시민들과 함께 지하화를 추진할 때 민심에 한 걸음 더 다가 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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