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더 자라기 전에 가족끼리 평생의 추억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대구 이곡동 김태만(45)씨 네 식구가 지난 18일 아프리카 최고봉인 탄자니아 킬리만자로의 '우후루봉'(5천895m)을 등정하고 24일 대구로 귀환했다.
김씨는 지난해 11월 지구온난화로 킬리만자로의 만년설이 갈수록 줄어든다는 얘기를 듣고 더 늦기 전에 가족들과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고 했다.
큰 아이인 딸 정민이(15.이곡중 3년)가 올해 고등학교에 들어가면 가족들이 함께 할 시간이 적어질 것이라는 예상도 결심을 재촉케 했다.
준비가 시작된 것은 지난 달 중순. 오지여행 전문여행사에 비자 발급 등을 부탁하고 친하게 지내는 산악인들로부터 등산 장비를 빌렸다.
김씨, 아내 이우현(40)씨, 딸 정민이, 아들 창민이(13.성산중 2년)는 그때부터 매일 저녁 달리기를 하기 시작했다.
고산 등반에는 무엇보다 체력이 중요하기때문. 문제는 2천만원이나 되는 경비였다.
500만원은 가진 것으로 충당했지만 나머지는 새마을금고에서 빌려야만 했다.
"돈은 앞으로도 벌 수 있지만 가족 모두 함께 떠나는 여행은 미룰 수 없다"는 것이 이런 결단의 바탕이었다.
일가족이 인천 공항을 출발한 것은 지난 11일이었다.
그리고 13일엔 탄자니아 현지 캠프에서 정상을 향해 출발했다.
택한 등반로는 험로로 알려진 '메차메 루트'. 역시 최고봉은 최고봉이었다.
'바란코 캠프'(3천950m)를 지나 고도 4천m를 넘자 아내 이씨부터 심한 고산증세가 나타냈다.
속이 메스껍고 두통이 심해지더니 구토까지 찾아왔다.
이씨는 "만사가 귀찮고 소리라도 지르며 울고 싶었다"고 했다.
17일 밤 11시 베이스캠프인 바라푸캠프(4천600m)를 출발해 정상을 향해 10시간 가량 강행하던 등반은 졸음, 추위, 구토와의 악전고투였다.
낮에는 햇살이 따가웠지만 밤은 온 몸을 얼어붙게 만드는 혹한. 정민이는 더 이상 걸을 수 없다며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기어코 정상에 올랐을 땐 가족 모두 얼싸안고 울었다.
"힘든 만큼 성취감도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이씨는 12박13일간의 가족등반 체험을 담은 9장짜리 A4지를 내 보이며 대견스러워 했고, 창민이는 "나중에 커서 아빠가 되면 아이를 데리고 꼭 다시 한번 다녀오겠다"고 했다.
김씨 부부는 1982년 대구 '한오름 산악회'에서 함께 활동하다 결혼한 부부. 작년 7월에는 온 가족이 백두산에 다녀왔고 11월에는 부부만 출발해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다녀왔다.
이창환기자 lc15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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