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빈곤'과의 전쟁

지금 국내 기류와 국제 기류가 묘하게도 비슷한 흐름을 타는 곳이 있다면 아마도 분배(分配)분야일 것이다.

한국은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대두로 그동안 '성장'위주의 경제 패턴에서 탈바꿈, '분배'문제가 정책의 한 가운데로 급부상하고 있다.

그런데 국제 무대에서는 이와 비슷한 역할을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이 도맡아하고 있다.

'성장'과 '분배'라는 두 개의 이념이 접점(接點)을 찾기위해 국내외에서 동시에 열띤 논쟁을 벌이고 있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컬 하다.

▲실바 대통령은 26일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세계의 불행과 기아, 가난에 맞서기 위해 국제기금을 만들자"며 서방 선진7개국(G7)과 국제 투자가들의 협조를 촉구했다.

그는 "미국은 대량살상무기에 대해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하지 못하는 이라크를 독자적으로 공격할 권리가 있다"고 강조한 파월 미 국무장관에 정면 도전, 전쟁 없는 세계를 촉구하고 선진국은 총포 전쟁이 아닌 '빈곤과의 전쟁'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룰라 대통령은 다보스에 참석하기 전 브라질 포르투 알레그레에서 개막된 세계사회포럼(WSF)에 연사로 나서 "무기 제조와 전쟁에 쏟아붓는 돈을 식량 구입에 쓴다면 세상이 얼마나 좋아질지 세계에 말하고 싶다"며 부(富)가 공정히 분배되는 새로운 세계 질서를 요구, 참석자들로부터 열광적인 지지를 받았다.

특히 "소수의 사람들이 하루 다섯끼를 먹고 다수의 사람들은 닷새 동안 굶주리는 경제 모델을 채택할 수 없다"며 세계화 정책을 비난했다.

▲노 당선자와 룰라 대통령은 여러모로 비슷한 점이 많다.

둘다 성향이 진보적이다.

룰라 대통령이 초등학교 학력으로 노동운동을 통해 정치적으로 성장한 것도 엇비슷한 점이다.

그는 또한 미국의 영향력이 남미에 너무 강하게 미치는데 비판적인 사람이다.

이번에는 분배문제를 놓고 서로 닮은 꼴을 보이고 있다.

사실 빈곤과 빈부 격차는 세계적인 문제다.

지구촌 10억 인구가 먹을 것이 없어 죽음을 기다리고 있다.

브라질은 국민의 3분의 1인 5천만명이 굶주림에 허덕이고 있다.

▲한반도 전체를 보면 우리도 큰소리 칠 입장이 못된다.

북한에는 3백만명이 기아선상에 있다.

남한에는 결식 아동이 17만명이나 된다.

옛날부터 전쟁이 끝나면 화살과 창칼을 녹여 쟁기를 만들었다.

문제는 지금이 '평화의 시대'냐 '전쟁의 시대'냐는 점이다.

한쪽은 전쟁을 하겠다고 하고 한쪽은 쟁기를 만들자고하니 쇠붙이를 녹여 어느 쪽으로 써야할지 판단하기 어렵다.

전쟁과 평화는 영원한 평행선인가.

윤주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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