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이 참 따뜻했습니다.
남자 손이 그렇게 따뜻한 지 몰랐거든요. 지금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행여 한번 더 만난다면 손을 꼭 잡아보고 싶습니다".
어엿한 남편과 10살난 딸까지 있는 주부가 스스럼없이 '짝사랑'을 털어놨다.
포항 죽도시장에서 10년째 횟집을 하는 최정자(43)씨. 지난해 11월29일 대선열기가 한창일때 죽도시장을 찾아온 노무현 당시 대통령 후보의 입에 과메기를 한가득 선사했던 아줌마. 친정 아버지가 과메기협회 회장을 맡고있는 덕분에 포항 대표음식을 대접할 기회를 갖게 됐다.
덕장에서 과메기 말리기에 정신없던 아버지가 지인에게 받은 부탁을 딸에게 떠넘긴 것.
과메기 대접을 인연으로 노무현 열성팬이 됐다.
대통령 당선이 확정되던 날 식당 직원과 시장 상인, 가족들을 불러모아 한바탕 잔치를 벌였다.
이웃들이 "복(福)손으로 과메기를 대접해서 대통령이 됐다"며 부추기는 바람에 적잖은 술값을 지출했다.
기분은 날아갈 듯 좋았다.
그게 전부였다.
어떤 보답이나 대가도 기대할리 없는 지출이었다.
"정치는 잘 모릅니다.
하지만 대통령이 부탁을 들어주는 자리가 아니란 건 압니다.
이런 저런 부탁을 뿌리치지 못해 국민에게 실망을 안겨준 대통령들을 많이 봤잖아요. 정치 비리라는 것도 다 인연을 빌미삼아 부탁하는 바람에 생긴 겁니다"
최씨가 바라는 대통령은 솔직하게 잘못을 털어놓을 줄도 알고, 서민들의 목소리에 차분히 귀기울이는 사람. 노 당선자를 택한 것도 이런 이유다.
나라가 빚을 지고, 외교를 잘못해 손해를 볼 때도 숨김없이 국민에게 고백하라는 것이다.
최씨는 지난 98년 '전라도 정권'이 들어선 뒤 손해도 많이 봤다.
일주일이 멀다하고 서너 상자씩 회를 주문하던 대구.구미의 단골손님들이 차츰 연락을 끊기 시작했다.
대부분 중소기업 사장들이어서 직원 회식때마다 적잖은 물량을 팔아주던 알짜 손님들이었다.
궁금해서 전화를 걸어보면 "돈이 온통 전라도로 몰리다보니 자금회전이 안돼 망했다"는 답뿐이었다.
장사꾼이 그 많은 단골을 잃고나니 부아가 치밀 법도 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경상도니 전라도니 따지는 건 중요하지 않더군요. 힘없고 돈없는 서민들 편에 서서 정치하는 대통령이 필요한 때입니다.
우리도 이제 막연히 우러러 보는 대통령 대신 사람 냄새 풀풀 나는 대통령을 보고 싶습니다".
노 당선자를 한번 더 만난다면 과메기뿐 아니라 자연산 회도 대접하고 싶다.
손을 부여잡고 딱 한마디만 할 생각이다.
"따뜻한 손만큼 따뜻한 마음으로 정치를 해 주십시오. 따뜻한 마음은 언젠가는 사람들에게 전해지기 마련입니다".
김수용기자 ks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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