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구석-지붕

집의 공간 중 크기나 모양이 가장 다양한 곳을 꼽으라면 지붕일 것이다.

뭉떵 그려 살펴도 초가.한식기와.양식기와.슬레이트.S자 기와.돔형.흙 지붕.금속 지붕.콘크리트 지붕 등 나라마다 또 입주자에 따라 모양과 크기, 재질과 색깔이 다르다.

기후와 기술, 경제력과 신분의 차이, 시대와 지역의 차이를 가장 극명하게 드러내는 곳이 지붕인 셈이다.

지붕은 비.눈.이슬뿐만 아니라 외적을 차단하는 기능도 했다.

특히 유럽의 첨탑과 급경사 지붕은 적을 감시하고 적의 침투를 막는데 한몫을 해냈다.

물론 급경사 지붕은 재료가 목재.돌 .기와밖에 없는 데다 방수기술의 낙후에서 원인을 찾을 수도 있다.

비나 눈이 지붕에 닿자마자 흘러내리도록 한 설계인 셈이다.

우리나라처럼 장마철이 있는 곳에서 지붕은 건물 외부로 연장되어 벽체.창.문 등을 보호하는 역할을 했다.

길게 늘어뜨린 만큼 의장적(意匠的)으로도 중요한 요소가 돼 처마구조의 발달을 가져왔다.

지붕은 또 추억이 많은 공간이기도 하다.

이가 빠졌을 때 지붕 위에 던지면 까치가 물어갔다가 새 이를 준다고 한다.

30, 40대 이상의 사람들은 어릴 때 젖니가 빠지면 이를 지붕으로 던지며 "까치야, 까치야 헌 이 줄 게 새 이 다오"라고 기원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일본에서는 윗니가 빠지면 땅바닥에 던지고 아랫니가 빠지면 지붕으로 던진다고 한다.

요즘 현대도시에는 아예 지붕은 없고 집의 위인 옥상을 인 경우가 많다.

단열.방수 기술의 발달로 굳이 지붕을 높이 쌓을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대신 옥상을 두어 공간이용률을 높인 셈이다.

여기에 들어선 옥탑방은 비좁은 도시의 현실을 웅변한다.

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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