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 하는 오후

너도 아니고 그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라는데.... 꽃인 듯 눈물인 듯 어쩌면 이야기인 듯 누가 그런 얼굴을 하고.

간다 지나간다, 환한 햇빛 속을 손을 흔들며....

아무것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라는데, 온통 풀 냄새를 널어 놓고 복사꽃을 올려놓고 복사꽃을 올려만 놓고.

환한 햇빛 속을 꽃인 듯 눈물인 듯 어쩌면 이야기인 듯 누가 그런 얼굴을 하고....

-김춘수'서풍부(西風賦)'

삶을 이것이다라고 쉽게 단정해서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하다.

그러나 그만치 삶을 단순화시키는 것이 되고 다르게 사는 삶들을 쉽게 받아湧?줄 모르는 독단에 이르기 쉽다.

가슴으로 느껴지는 세계는 분리된 것이 아니라 모든 색깔과 음영이 서로 연결된 퓨전이다.

그것은 비극적인 황홀함일 수도 있고 찬란한 오해일 수도 있다.

아무 것도 아니면서 눈물인 듯 꽃인 듯 이야기인 듯 오는 것이다.

〈권기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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