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에 풀칠이라도 할 요량으로 시작한 것이 지금까지 손에서 놓지 못하제".
대구대 대명동 캠퍼스 담장을 따라 들어선 허름한 노점. 허병선(69) 할아버지는 세밑이면 어김없이 여기에 '뻥튀기' 기계를 부린다.
그 옆은 부인 노순희(64) 할머니의 강정 공장. 할아버지가 뻥튀기기를 하면 할머니가 부창부수(夫唱婦隨)해 능숙한 솜씨로 강정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벌써 35년째.
이제 기력이 떨어지기도 했지만 쌀.찐쌀.조.콩을 한 포대씩 든 단골 손님들은 이맘 때면 잊지 않고 노부부를 찾는다.
어릴 적 어머니를 따라 강정을 맛봤던 여성들은 결혼해서까지도 이 노점을 잊지 않고, 동네를 떠나 수성구.북구.달성군으로 이사 가 사는 사람들도 먼 길을 마다않고 찾아 온다.
어릴 적부터 친정 어머니와 함께 이곳을 찾았었다는 배옥년(50.여.대구 본리동)씨는 "점포는 허름하지만 여기서 만든 강정 맛만큼은 최고"라고 확언했다.
1970년대부터 한 자리를 지켜온 신뢰와 인간미가 지역에 상관 없는 '인간 동네'를 어우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노부부는 뻥튀기 노점 풍경도 많이 달라졌다고 했다.
"옛날엔 세밑 보름 동안 24kg짜리 물엿을 180통 가까이 사용했지만 지금은 30통이면 한해 장사가 끝나지. 당시엔 아침 7시부터 다음날 새벽 1, 2시까지 일해야 했고 장사가 잘 되는 날이면 150만원 수입은 거뜬했어. 1980년대까지만 해도 발디딜 틈 없을 정도로 손님이 밀려 줄이 30여m나 됐지. 하지만 요즘은 하루 20여만원만 벌어도 장사 잘 한 날이야".
이젠 뻥튀기 기계도 2대 중 한 대만 쓴다고 했다.
"요즘 찾는 손님 대부분은 50대 아주머니야. 뻥튀기.강정을 손으로 만드는 풍경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걱정이야". 이창환기자 lc15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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