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공약 집착하다 國政 그르칠라

우리는 대통령직 인수위에 대해 모든 공약의 준수를 요구하기는커녕 오히려 가망없는 공약, 후순위 공약들을 새정부 출범전에 털어내고 가라고 짐 덜어주기 조언을 거듭했다.

그럼에도 인수위가 공약에 지나치게 집착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잘해 주겠다고 하면 기뻐해야 할텐데 기대반(半) 걱정반으로 긴가민가한 것은 그 정책추진 비용이 어차피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나와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번 노동부 업무보고에서 당선자의 개혁의지와 공약이 반영되지 않았다며 한 인수위원이 보고장을 박차고 나가고, 당선자 또한 "예산타령만 하지 말라"고 핀잔을 준 이후 부처마다 공약 베끼기, '공약 맞춤형 정책'들을 내놓는 사태가 빚어지자 이번엔 또 "베끼지 말고 실현 가능성과 문제점.대안을 함께 내놓으라"고 질책했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정책실무자들은 어느 장단에 춤을 출지 난감하게 되고 결국은 '삼수갑산 가더라도'식의 아부형.면피형 답안을 내놓기 십상이다.

재정여건상 무리한 공약들이 걸러지기는커녕 대부분 '점진적 추진'쪽으로 궤도수정이 됐다는 얘기다.

당장 보건복지부가 공약을 모두 실천하자면 5년뒤엔 복지부 예산이 현재(8조7천억)보다 3배로 불어나 있어야 하고 교육재정만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6%로 맞추자면 당장 8조3천억원을 더 만들어내야 한다지 않는가.

우리는 집권 이후 쓰다 달다 말한마디 없이 공약을 내팽개쳐온 전직 대통령들에 비하면, 어쨌든 국민들에 대한 약속을 지키고자 하는 새정권측의 책임감 있는 자세를 폄훼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또한 공약에의 집착이 무사안일하고 자기방어적인 공직자들에 대한 불신이 한 원인임도 안다.

다만 경기위축 등 재정불안의 요인이 엄존한 현 상황에서 공약에의 과도한 집착, 정책의 급변이 오히려 국정을 그르칠 수 있음을 다시 지적코자 함이다.

경제정책만 공약인 것은 아니다.

인사쇄신도 공약이요, 정치개혁도 공약이다.

'과포장된 공약집'은 정답이 아니다.

이런 점에서 인수위 안에서도 "노(No)"라고 할 사람이 있어야 한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