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화공간 '설연휴'...갈 곳이 없다

설 연휴에 가볼만한 문화공간이 없다. 연휴를 맞아 지역의 대구문화예술회관, 전문 박물관 등은 문을 활짝 열어 제치기 보다는, 오히려 꽁꽁 걸어 잠그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나 정부에서 운영하는 이들 문화공간은 법정공휴일이라는 이유로 문을 닫아 시민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대구문화예술회관은 설연휴가 시작되는 31일부터 정기휴관일(매주 월요일)인 2월3일까지 무려 나흘간 문을 닫는다. 지역 문화활동에 큰 역할을 하는 문화예술회관이 시민이나 귀성객들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지 않고, 공휴일이나 지키려는 관료적 태도를 보이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반응이다.

대구문화예술회관 관계자는 "1.2월초에는 전시나 공연 일정이 거의 잡혀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대구지역에 화랑들이 몰려있는 봉산동 문화거리에도 설 연휴기간중 문화활동이 일절 중단된다. 화랑들은 대부분 3∼5일간 문을 닫기로 했다. 한 화랑대표는 "예전에 연휴.주말에 화랑 문을 여는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지만, 시민들에게 보여줄 것이 많지 않다는 이유 때문에 종전대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설연휴기간중 음악회, 연극공연도 아예 열리지 않는다. 시.군 지자체나 국가기관에서 운영하는 박물관들이 문을 열지 않는 것도 큰 문제다.

민속자료 2천여점을 소장한 영일민속박물관(포항시 흥해읍), 등대용품 등 700여점을 전시하는 장기곳 등대박물관(포항시 대보면)도 31일부터 2월2일까지 나흘동안 휴관에 들어가기로 했다. 국내유일의 영토박물관 성격을 지닌 독도박물관(울릉도)도 이틀동안, 옥석류와 목조칠류 등을 소장한 청송민속박물관은 사흘동안 각각 휴관할 예정이다.

한 문화예술계 관계자는 "순전히 문화관련 종사자들의 편의 때문에 공공 문화공간.시설이 문을 걸어 잠그면 시민들은 영화관 외에 갈 곳이 없다"면서 "오히려 연휴 기간에 규모가 큰 기획전시.공연 등을 열어 시민들을 유인하는 것도 괜찮은 방안"이라고 충고했다.

서울의 경우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등 대부분 문화공간이 설연휴에도 정상 운영되며, 국립현대미술관은 '한복입은 관람객 무료입장'이라는 이벤트행사까지 연다. 서울 인사동과 청담동 화랑들도 대부분 정상적으로 문을 연다.

또 대구박물관은 설연휴에 제기차기, 강정류.다식 만들기 등 다양한 민속행사를, 경주박물관은 한복차림 입장객과 양띠 관람객을 무료 입장시키는 이벤트 행사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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