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리집 암소는 복덩이

농촌에서 노인들이 소일삼아 살림 밑천으로 한 두마리씩 키우는 암소들이 연달아 쌍둥이를 순산해 '소(牛) 부잣집' 얘기가 새해 덕담으로 떠오르고 있다.

세 쌍둥이를 한꺼번에 낳는가 하면 내리 다섯배째 쌍둥이를 낳고, 시집보낸 암송아지가 또 쌍둥이를 낳기도 해 노인들의 함지박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 16일 저녁, 합천군 가회면 장대리 문영자(65) 할머니 집 암소가 세 쌍둥이를 낳아 복덩어리가 넝쿨째 굴러 들어왔다.

문 할머니는 "애지중지 길러 온 암소가 새끼를 낳자 너무 좋아서 이웃집에 자랑하고 왔더니 외양간에는 또 다른 새끼 두 마리가 더 있어 '기겁을 했다'"는 것.

평생을 논 한마지기 없는 문 할머니에게 전재산이라고는 암소 한마리 뿐인데 요즘 송아지 시세로 한꺼번에 800여만원의 '횡재'를 한 셈이다.

또 율곡면 항곡리 김필희(75) 할머니집 암소는 새해들어 또 쌍둥이, 지금까지 내리 다섯번이나 쌍둥이 송아지를 낳아주는 복덩어리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인근의 하배락(72.초계면 박곡마을)씨 집으로 시집간 김 할머니의 쌍둥이 암소도 2배째 쌍둥이를 낳아 주고 있어 주인들끼리 '사돈하자'며 겹경사에 싱글벙글.

또 신기한 것은 프로마이틴(2란성 암.수 쌍둥이) 암소의 경우 약 94%는 자궁을 갖지 못해 새끼를 낳지 못하는데 김 할머니의 집에는 5년전 낳은 암컷이 새끼까지 낳고 있다.

할머니는 "새끼도 못 낳고 불쌍해 팔지 않고 키웠더니 이렇게 효도할 줄은 몰랐다"며 "이놈은 내가 죽을 때까지 키울 것"이라며 등을 쓰다듬는다.

인공수정사 이선택(39)씨는 "마치 내가 쌍둥이를 만들어 준 것처럼 노인들로부터 귀빈 대우를 받는다"며 "다섯번이나 쌍둥이를 낳고, 쌍둥이가 또 쌍둥이를 낳고, 프로마이틴이 새끼를 낳는다는 것은 축산계의 연구과제"라고 말했다.

또 세 쌍둥이의 경우 한 마리가 미숙우인 것으로 보아 "어미소가 이미 쌍둥이를 임신한 상태에서 발정, 다시 인공수정된 것으로 이런 확률은 1천분의 1에 속한다"고 말했다.

문영자 할머니는 현재 미숙우 한 마리를 안방에다 모셔(?)놓고 우유를 먹이고 이불을 덮어주며 마치 손주 돌보듯 건강하게 키우고 있다.

또 복덩어리를 안겨준 암소에겐 "이놈아 고생했다.

많이 먹고 새끼 젖 잘 먹여라"며 사료를 듬뿍 퍼주며 신바람이다.

이웃의 김옥(76.장대리) 할머니는 "평소 영감.손주보다 암소한테는 지극정성이더니 은혜를 갚는 것"이라며 "효자가 따로 있나, 요놈들이 효부.효자지…"라며 함께 즐거워했다.

합천.정광효기자 khje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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