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대통령 特使가 남긴 교훈

북한 핵 문제 조율에 나섰던 한국이 국제적 웃음거리가 되고 말았다.

남북 합의에 의해 파견된 임동원(林東源) 대통령 특사가 김정일 위원장의 얼굴도 못보고 되돌아왔기 때문이다.

대통령 사절이 이런 푸대접을 받는 것은 외교관례상 상상키 어려운 일이다.

더구나 북한이 김 위원장의 지방 현지지도를 면담불가 사유로 내세웠다는 것이 우리를 아연케 한다.

국가 관계를 부인한 행동이나 마찬가지다.

이번 대통령 특사의 방북은 남북 장관급회담을 뒷전으로 물리고 더 큰 틀에서 핵문제를 논의해보자는 의도가 실려있었다.

그래서 세계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미국·러시아·중국·일본 등이 핵 해결의 작은 실마리를 기대한 것도 무리가 아니었을 것이다.

북한이 당장 의지할 수 있는 나라가 한국이라는 사실도 약간의 낙관을 보태주었다.

그러나 대통령 특사는 친서조차 풀어 보이지 못하고 돌아왔다.

국제사회에서 나라 체면만 구기고 만 것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귀국회견에서 임 특사가"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식의 천연스런 태도를 보인 것이다.

그의 방북은 임동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의 자존심과 안보가 걸린 문제다.

세계의 시선이 집중된 장소에서 문전박대(門前薄待)를 당한 뒤 넉살좋게 웃어넘기려 해서는 안 된다.

그런 속없는 태도가 얼마나 국민들을 실망시키고 좌절케 하는지를 헤아려야 한다.

대통령 특사의 실패는 향후 대북 정책의 뼈아픈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첫째, 선의만으로 북한을 설득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햇볕정책의 정성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안보문제에 대한 북·미 직접대화의 입장을 전혀 바꾸려들지 않고 있다.

둘째, 성과를 남기려는 생각에서 북한과의 대화를 서둘러서는 안 된다.

그것은 망신을 자초하는 길이다.

셋째, 통일정책을 밀실화 할수록 실패의 위험성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대북 정책은 북한의 민주적 변화를 염두에 두고 공식적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넷째, 한국의 '주도적 역할' 같은 수단과 방법이 뒷받침되지 않는 수사적 표현은 자제돼야 한다.

긁어 부스럼을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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