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특정한 사안에 대해 의견과 입장을 밝힐 수 있는 '표현의 자유'가 있다.
특히 새로운 예술 창작을 위해서는 없어선 안 될 최상의 권한이며, 그 생명의 요체라 할 수도 있다.
어떤 제재도 받지 않고 마음껏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때로는 걸작을, 때로는 개성이 강하고 상투성을 한참 뛰어넘은 독특한 작품을 낳게 되기도 한다.
심지어 표현의 자유는 '우리를 불편하게 하는 것, 가장 보호할 가치가 없을 것 같은 걸 보호하는 것'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그래서 전혀 새로운 세계가 열리고, 지금까지 시도되지 않았던 새 길이 트이게 되기도 한다.
▲하지만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는 진보적인 문화계와 그것의 현실 왜곡과 파급 효과를 우려하는 보수집단과의 갈등은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안정과 질서 유지의 지향, 새로움과 변화의 추구라는 명제와도 맞물려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문화적 표현의 소재들이 갈수록 다양해지는 상황에서 이런 갈등은 더욱 심각해지고, 그 골이 깊어질 소지도 안고 있다.
▲서울 인사동의 한 화랑에서 알몸의 여성들로 '누드 퍼포먼스'를 벌이며 신제품 요구르트 홍보 공연을 한 대행사 관계자와 기획자(화가)를 검찰이 소환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서울지검은 27일자 신문들에 보도된 공연 사진을 검토한 뒤 음란성이 있다고 판단, 주최측에 제출을 요구한 실황 녹화 비디오 테이프와 스틸 사진, 공연 줄거리 등 관련 자료들을 토대로 성적 수치심을 자극한 부분이 있었는지를 검토한 다음, 내주 중 기소 여부를 결정한 움직임이다.
▲화가 이목일(李木日)씨가 기획하고, 행위예술가 무세중(巫世衆).무나미씨 부부와 누드모델협회 소속 모델 5명이 출연해 26일 1시간 정도 벌인 공연 가운데 검찰이 문제삼고 있는 부분은 3분 정도의 '알몸 이벤트'이다.
이날 공연에서 이들은 '몸에 바르는' 요구르트의 기능을 홍보하기 위해 알몸의 모델들은 분무기에 담은 요구르트를 서로의 몸에 뿌리는 장면을 연출했으며, 공연 도중에는 그 모습 그대로 관객들에게 다가가 요구르트를 던져 주기도 했던 모양이다.
▲표현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되고 존중돼야 한다.
그러나 자유는 분명히 방종과는 다르다.
문화적 욕구가 시대의 요구라 하더라도 현실적인 벽을 간과해서는 안 되며, 국민 정서나 사회적 보편적 가치를 외면해서는 곤란하다.
더구나 우리나라 형법에는 음란죄가 엄연히 있다.
지금 이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건 표현의 자유에 대한 사회적인 합의라는 생각이 들지만, 예술과는 거리가 있는 상품 홍보에까지 도발적인 표현이 등장하는 것은 경계돼야 하지 않을까.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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