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에너지 위기' 이제 시작이다

국제 원유가가 배럴당 30달러선에 육박했다.

우리나라 수입원유 중 가장 물량이 많은 중동 두바이산 원유값이 지난달 31일 29.61달러를 기록, 우려했던 에너지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다.

새 정부가 들어서기도 전에 이같이 유가가 급등한 것은 우리 경제의 청사진을 바꿔야 할 정도의 무게로 다가오고 있다.

미-이라크 전쟁의 장기화가 불가피한 만큼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자세로 긴급 대책을 서둘러야할 것이다.

정부는 석유수입 부과금을 내리고 승용차 10부제 운행, 승강기 격층 운행 등 강제적인 에너지 절약을 위한 2단계 유가 대책의 시행에 들어갔지만 유가 인상은 오래전부터 예견된 사안이다.

이미 고유가로 인해 1월 무역수지 흑자 폭(잠정치)이 대폭 줄어 3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할 것이 확실시된다.

자칫 적자로 전환될 가능성마저 높아 거시경제 지표가 흔들리고 있다.

국민들은 득달같이 오른 기름값에 올 겨울 추위를 각오해야할 것이다.

따라서 정부의 대책은 오히려 만시지탄의 감이 없지않다.

문제는 에너지 정책이 이처럼 단발성에 그쳐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이지만 실상을 보면 전혀 그렇지 못하다.

겨울에는 실내가 더워 속옷차림으로 다니고 여름에는 웃옷을 걸쳐야할 정도로 에너지를 낭비하는 현실에서 에너지 위기감을 전혀 느낄 수가 없다.

평소에 에너지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상태에서 긴급 대책을 세워봐야 그야말로 미봉책에 불과할 것이다.

특히 정부의 에너지 비축에 대한 무감각은 국민을 더욱 불안케한다.

한국가스공사가 지난해 12월부터 난방용 액화천연가스(LNG) 23만t 이상을 일본으로부터 급히 빌렸다고하니 도대체 '비상 에너지' 비축이 어느 정도인지 의문이 간다.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유가가 8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전쟁과 상관없이 '기름을 물쓰듯'하는 낭비벽부터 고쳐야한다.

평소에 에너지에 대한 소중함과 위기의식을 심어주는 것은 바로 정부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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