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측이 2월말 출범할 정부의 작명(作名)을 위해 공모에 나섰다고 한다.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에 이어 노무현 시대를 상징하는 그럴듯한 이름을 짓기 위해서다.
김영삼 대통령 재임 기간 정부는 김영삼 정부라고 하고 김대중 대통령이 재임하고 있는 지금의 정부는 김대중 정부라고 한다.
이런 호칭이 있는데도 굳이 다른 이름을 지으려는 것이다.
'000정부'라는 호칭은 미국식인 ○○○행정부에서 배운 것 같다.
지금은 부시 행정부고 이전에는 클린턴 행정부라는 식으로 대통령의 이름 뒤에 붙이는 식이다·.
하지만 겉 모양새는 같더라도 의미는 하늘과 땅 차이다.
미국은 입법·행정·사법의 3권 분립에 입각해서 행정부를 이야기하는 용어지만 태평양을 건너 오면서 '000정부'라는 용어가 '000왕조'와 같은 의미로 바뀐 듯하다.
온 나라의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관장하고 좌지우지할 수 있는 전지전능의 권력을 지칭하는 것으로 격상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집권자들은 부족함을 느끼는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굳이 왕조시대 연호처럼 대통령이 바뀌었다고 대한민국이 다른 나라가 되는 것도 아닌데 굳이 정부의 이름을 바꿔 달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부 이름 바꿔달기도 부족했는지 김영삼, 김대중 두 대통령은 역사 바로세우기와 제2의 건국이라는, 봉건왕조 시절 창업 군주나 외쳤을 법한 구호를 내세웠다.
누가 그런 구호가 내걸렸다고 역사가 누워 있다가 바로 섰다고 보지도 않았고 멀쩡하게 있는 나라가 갑자기 다시 건국을 했다고 여기지도 않았다.
오히려 비판자만 늘었을 따름이다.
이번에는 또 어떤 구호가 내걸릴까.
물론 지난 90년대 초반 김영삼 대통령의 당선 시기까지에 대해 우리는 자주 군사정권 내지 권위주의 시대라고 부르고 그 이후를 이전과 구별해서 민주화 시대라고 부른다.
이런 분류는 역사적인 관점에서 시대를 구분한 것이지 "지금부터는 00시대다"라고 집권자가 명명한 때문이 아니다.
학자나 언론이 붙이는 것이다.
그럼에도 독재정권이라고 타도의 대상으로 삼았던 과거 박정희나 전두환, 노태우 대통령 재임 시절에도 하지 않던 작명 문화가 민주적이라는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에 이어 노무현 대통령 시절까지 이어지려는 것일까. 역사적 평가가 긍정적이어야지 자신들이 명명한다고 그렇게 평가받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잊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변화와 개혁을 화두로 내세운 노무현 당선자도 전임자들의 이상한 문화를 답습하려 하는 것 같아 씁쓰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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