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독신으로 살아온 영국인 줄리언 깁(Julian Gibb·57)은 산업디자이너로 일하다가 글래스고 미술대학(Glasgow School of Art) 교수를 거쳐 대학원장을 역임했던 사람이다.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로 인해 조기퇴직한 그는 10년전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한 것이 자기 인생을 새롭게 바꾸는 계기가 됐다고 말한다.
어느 흐린 날 아침, 바바리 코트 깃을 멋스럽게 세우고 서울의 한 공원을 거닐며 책을 보던 그가 그를 바라보던 한국 아주머니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듯이 그 역시 한국에서 동양을 발견해 마음이 들떴다고 했다.
낯선 이방 한국을 통해 서양과는 너무나도 다른 가치관을 가진 또하나의 동양을 배운 것이다.
이전에 대학에서 함께 공부했던 동양인이 몇 명 있긴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그들의 문화를 알 수는 없었다.
그래서 훗날 한국을 방문했고, 개방적인 생각으로 모든 것을 받아들였으며 많은 것을 마음에 들어했다.
그로부터 3년 뒤, 홍콩 소재의 폴리테크 대학의 객원교수로 와달라는 제의를 받은 줄리언은 흔쾌히 승낙, 지금은 일년에 3, 4개월 정도를 홍콩에서 보낸다.
줄리언은 미술뿐 아니라 패션, 역사, 문화, 철학 등에 이르기까지 어떤 주제든 깊이 있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매우 이지적인 남성이다.
다정다감한 성격에 조용한 말씨의 그는 오래된 옷을 멋스럽게 입을 줄 아는 멋쟁이이기도 하다.
그는 50대의 나이에 접어든 몇년전부터 글래스고 미술대학 출신의 제자이자 이 대학의 교수이기도 한 여자친구와 동거하고 있다.
영국에 머무르는 동안에는 상대적으로 시간여유가 있는 그가 여자친구 대신 집안 살림을 맡고 있다.
취미로 그리고 있는 그림을 팔기도 하고 틈틈이 책도 쓴다.
생계에 그다지 연연해 하지 않는 것이 어쩔 수 없는 학자인 것 같다.
또 1년에 적어도 두차례는 외국여행을 다니며 견문을 넓히려고 애쓴다.
직접 보고 느끼는 것 만큼 좋은 교육이 없고, 무엇보다 배움에는 나이가 없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나이 들어서 겪게 되는 경험도 삶을 윤택하게 해주기는 마찬가지니까. 한달에 한두 번은 자동차로 한시간 남짓 거리에 있는 퍼스(Perth)의 노모를 방문해 함께 지낸다.
줄리언이 아시아를 돌아보며 가장 많이 느낀 것은 장년층을 바라보는 동서양의 시각차이였다고 한다.
장년층을 신뢰하고 존경하는 동양적 사고가 깊이 가슴에 와닿았으며 그런 점에서 동양사회가 더 바람직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끊임없는 도전의식과 노력을 필요로 하는 일을 자신에게 맡겨주어 자신감과 교수로서의 지위를 되살려준 동양에 깊이 감사한다고 했다.
"50대의 장년층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글쎄, 여유로운 생활을 할 수 있을지가 아니라 더 이상 자신이 생산적인 일을 못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아닐까요?"
임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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