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긴급점검> 공동모금회 성금 어떻게 쓰나

모금 활동 창구를 시도별로 단일화한 '공동모금회'가 출범 5년째를 맞으면서 모금액이 해마다 증가, 대구.경북에서만 연간 60억원 이상이 모이고 있다. 그러나 이 돈을 배분하는 문제를 놓고 불평이 발생하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사무국 운영에 지나치게 많은 돈이 쓰인다는 비판도 제기하고 있다.

◇배분과 관련한 불만 = 40여명의 어린이가 사는 대구의 한 복지시설은 지난해 공동모금회에 지하수 시설 보수자금을 신청했으나 거부돼 결국 스스로 비용을 마련해 이를 해결했다. 가뜩이나 후원이 줄어드는데도 여름엔 수도료가 월 50만원에 달해 지하수를 개발키로 했으나 배분 심사에서 탈락한 것.

이 시설 관계자는 "복지 프로그램 쪽에 지원을 많이 하다보니 정작 시급한 생활시설 보강 사업은 탈락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했다. 대구공동모금회 경우 올해 각종 복지프로그램 지원에는 4억1천여만원을 배분했지만 시설 개보수 등에는 1억6천만원밖에 배정하지 않았다.

대구의 한 복지단체는 공동모금회 배분 신청을 아예 포기했다. 지원 받기 위해 제출해야 하는 '사업계획서' 작성 인력이 없기때문. 이 단체 관계자는 "2년 전 한번 신청해봤지만 서류작업이 너무 힘들었다"며, "전담 직원을 둬야 할 정도로 서류작업이 복잡해 규모가 작은 복지시설은 엄두를 내지 못한다"고 했다.

경북의 한 복지관 관계자는 "이런 상황때문에 공동모금회 돈을 배분 받는데는 상근 직원이 많아 서류작업이 용이한 대형 복지단체가 절대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는 것이 큰 문제"라고 했다. 공동모금 배분은 관련 교수, 복지단체 인사 등 10여명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들의 심의를 통해 결정되나 서류심사 위주여서 사업계획서 작성이 지원 여부를 좌우할 정도라고 신청 경험자들은 전했다.

이에대해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 이주현 사회복지사는 "시민 성금이다보니 심사를 까다롭게 할 수밖에 없지만 최근 들어서는 소규모 복지시설들을 위해 공문 없이도 배분 신청을 받아주는 등 개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했다.

◇투명성에도 일부 이의 = 경북 영천의 한 복지기관은 자활 후견기관 프로그램 운영비 지원을 신청했다가 최근 배분 심사에서 탈락하자 정식으로 이의신청을 냈다. 관계자는 "배분심사 투명성에 의문이 있다"며 "탈락 이유라도 가르쳐 줘야 내년 신청 때 보완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배분 내역도 대구공동모금회는 인터넷으로 모두 공개하지만 경북은 일부만 공개하고 있다.

한국재활복지대학(경기도 송탄) 이승록 교수는 "공동모금 배분은 가장 취약한 시설에 우선돼야 하나 현실적으로는 문제가 있고, 일부 지방에서는 배분위원회가 소수의 지역 유지나 행정기관에 의해 움직여진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고 했다. 우리복지시민연합(대구) 은재식 국장은 "일부 복지관.시설이 시민 성금을 독점하는 상황이 발생해서는 안된다"며 "공동모금회는 상근자 인건비까지 모두 공개하는 등 기금 운용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요구했다.

대구의 한 복지관 관장은 모금 창구 단일화 자체에 문제를 제기, "현재의 제도는 개별 복지단체의 모금 통로까지 막고 있다"며 "한 곳으로 모든 성금이 집중되는 시스템이 개선돼야 밑바닥까지 챙길 수 있는 복지체계가 갖춰질 수 있다"고 했다.

◇모금액 중 상당액 사무국이 사용 = 공동모금회는 1998년 7월 '공동모금회법'이 만들어진 뒤 설립돼 시도 단위로 운영되고 있으며, 대신 복지단체 등의 개별 모금은 금지됐다. 대구는 첫해에 10억여원을 모금한 것을 시작으로 작년엔 모금 실적이 25억여원에 이르렀고, 경북은 15억여원에서 40여억원으로 증가했다.

대구는 5명, 경북은 8명의 사무국 상근 직원을 두고 있으며 각각 시도로부터 매년 1억원 및 7천500여만원을 지원받는 외에 모금액의 3, 4%를 떼 내 인건비 등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때문에 일부에서는 사무국이 지나치게 많은 인원을 두고 성금을 너무 많이 쓰는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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