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방언론 키우자①> 지방분권의 '눈'

지난 4일 춘천을 방문한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역대 정권이 애써 금기시해 왔던 주제 중 하나를 언급했다. '지방 언론 육성책'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 노 당선자는 이날 "지방 언론이 지방의 경제와 사회.문화를 주도해 나가는 구심점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며 그 배경을 설명했다.

노 당선자의 발언은 뒤집어 보면 서울 소재 특정 언론의 '심각한 여론 독점'에 대한 경계이기도 하지만 '지방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지역 언론'이 활성화되어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있다고 볼 수 있다. 즉 지난 16대 대선을 거치면서 표출된 '지방 분권'의 우선적 실천 과제로 '언론 분권', '지방언론 활성화'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굳이 노 당선자의 표현을 빌리지 않더라도 지금, 지방언론의 위기는 심각한 수준이다.

정치.경제.문화의 수도권 집중과 이에따른 지방 공동화처럼 지금 지방에는 지역민의 목소리는 힘을 잃은채 서울의 정보와 목소리가 넘쳐나고 있다. 위기에 내몰린 지방언론의 현주소는 수치로 보면 쉽게 드러난다. 신문의 경우 서울 소재 특정 3사가 전체 신문 시장의 75%를 장악하고 있으며 지상파 3사의 경우 서울 소재 본사의 프로그램 제작비율이 80%를 넘어서고 있다.

순천향대 장호순 교수(신방과)는 "이러한 정보 독점은 전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다"며 "다원화.분권화가 21C 국가 경쟁력인 시대에 지방언론의 몰락을 가져오는 이러한 구조를 하루빨리 개선해야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 외국의 경우 전국지의 시장 점유율이 프랑스 28.7%, 일본 56%, 미국 6.1% 수준에 불과하다.

장 교수는 "지방 언론은 지역내 정보 교환과 의견 수렴, 공동체 의식의 형성과 지역 결집력의 구심체"라며 지방이 살기 위해서는 지역언론이 먼저 활성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소수 언론의 시장 독점은 이미 지방 언론 위기와 함께 지방의 붕괴 가속화라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언론재벌로 불리울만큼 성장한 서울 소재 거대 신문들은 80년대 이후 막강한 자본을 등에 업고 무차별적인 고가 경품과 무가지를 앞세워 비정상적인 시장장악을 계속해 왔다. 이에따라 지방지 중 지역내에서 건전한 여론 매개체로서 '서울의 눈높이'가 아닌 지역민의 이익을 대변하며 서울에 맞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매일신문과 부산일보 등 전국을 통틀어 손에 꼽을 정도다. 물론 지방 신문의 위기에는 언론자율화 이후 무분별한 군소 신문 난립과 이에따른 언론의 질 저하, 지방 경제의 몰락도 한 부분을 차지한다.

영남대 김태일 교수(정치학)은 "지방지가 몰락할 경우 지역의 이익과 발전을 대변하는 목소리도 함께 사라진다"며 "이는 결국 지방의 서울 종속화를 더욱 부채질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교수는 "유력 지방언론들이 역할 수행에 있어 지역 사회내에서 비판의 대상이 되곤하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우선 지방 언론을 지켜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지방언론의 위기는 무대책에 가까운 역대 정권의 언론 정책도 큰 몫을 해왔다. 독과점금지법이 존재하고 이를 실행하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있지만 유독 특정 언론에 있어서만은 '치외법권'이 유지돼 왔다. 거대 신문사들이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워 독자를 돈으로 사고 늘어난 발행부수를 배경으로 여론 장악력을 높여나가면서 '신문 시장 정상화'를 외면해 온 것이다.

따라서 정부가 지방 언론 지원과 불공정한 언론 시장 독점을 막기 위한 제도책 마련에 나서지 않는한 21C 국가 경쟁력으로 귀결되는 '지방분권'은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높다. 서울 정보만 접하는 지방 사람들이 늘수록 '지역'이란 주제는 그 지역내에서조차 관심권에서 멀어질수 밖에 없다. 또 이는 지방민의 서울 집중과 남아 있는 지방민의 열등감을 키워 수도권 집중을 더욱 가속화시킬 것이다.

지방분권 운동본부의 홍덕률 교수(대구대 사회학)는 "선진국일수록 민주주의와 사회 다원화를 위해 여론 독점을 막고 지방 언론 활성화를 위한 제도를 시행해 오고 있다"며 "우리도 지방언론을 위한 지원책을 서둘러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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