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상습 정체구간에서는 가격·품목을 적은 두꺼운 종이를 목에 걸고 마스크를 한 채 과자·면도기·계산기·과일 등을 파는 상인들을 흔히 만난다.
방학인 요즘은 여고생들도 이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이들이 파는 것은 주로 찹쌀떡.
5일 오후 4시쯤 대구 신천대로 팔달교 부근. 양방향으로 자동차들이 길게 줄짓는 대표적 정체 구간인 이곳에서는 두 여고생 김은영(17·가명) 손경혜(17·가명)양이 찹쌀떡을 팔려고 종종걸음치고 있었다.
오후 2시부터 이러고 있다는 두 학생은 운전자들에게 인사를 건넨 뒤 "떡 사세요"라고 권했고, 거절에도 익숙해진 듯 전혀 개의찮은 채 그 뒷 자동차로 걸음을 옮겼다. 추운 날씨였지만 장갑조차 끼지 않았다. 장갑을 끼면 순발력이 떨어진다는 것.
이들을 대하는 운전자들의 표정도 각양각색이었다. 창문을 열고 정중히 거절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눈길조차 주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또다른 일부는 이상하다는 눈으로 쳐다보기도 했다. 찹쌀떡을 산 김용호(24·대구 두류동)씨는 "추운 데서 떡 파는 것을 보니 애처롭다"고 했다.
대구산업정보대학 비지니스정보계열 전상봉 교수는 "찹쌀떡을 판다는 푯말이라도 세워둬야 지나가던 사람들이 알고 살 것"이라고 판매전략을 훈수하기도 했다. 가뭄에 콩나듯 떡을 사 주는 운전자에게는 허리가 휘도록 인사했고 그럴 때마다 여고생들의 얼굴에는 기쁨이 스쳤다.
김양은 "떡을 안 사도 웃음을 보내주는 사람은 고맙다"고 했다. 손양은 "여성 운전자 차, 좋은 차, 아주 값싼 차 등의 운전자들은 떡을 잘 사 주지 않지만 '아저씨'라 하지 않고 '오빠'라 부르면 사 줄 때도 있다"고 했다. 두 여고생은 이 일을 이날로 세번째 한다고 했다.
지난 주와 지난 4일에는 중동교를 무대로 해 첫날은 오후 2시부터 밤 9시 사이 5상자(상자당 3천원짜리 소포장 12개)를 팔았고 두번째 날은 2상자를 팔았다고 했다. 대금은 친구 소개로 알게된 떡 공급업자와 반반씩 나눈다고 했다. 김양은 "번 돈은 친구들 생일선물 사는 데 썼으나 더 벌어 휴대전화를 사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이들은 일부에서 생각하는 것과 달리 떡 공급업자에게 이용 당하는 것은 아니라며, "개학 뒤에도 수업을 마친 뒤 떡 파는 일을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두 여고생은 방학을 이용해 아르바이트 삼아 자동차 정체구역에서 찹쌀떡을 파는 여고생이 많아 학교당 1, 2명은 되고 여중생들도 있다고 했다. 오후 시간 대구시내 대부분의 큰 다리 부근에는 이런 여고생들이 있다는 것. 다만 수성교 부근에는 경찰이 많아서 피한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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