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대학 '등록률' 비상

인재는 국가.사회 경쟁력의 원천이며, 대학은 그 산실이다.

우리나라가 성장을 거듭해 온 것도 어느 나라에 못지 않은 교육열 때문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요즘 그 사정은 많이 달라졌다.

대학들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면서 세계에서 대학생이 가장 많은 나라가 됐지만, 외형은 선진국형이고 질적으로는 낙후됐다는 데 큰 문제가 있다.

급기야 이젠 고학력 실업자를 양산하는 사회적 낭비 요인을 낳고, 무분별한 몸집 불리기로 올해부터는 대학 입학 정원보다 고교 졸업생 수가 적은 '대학 정원 역전' 현상이라는 '아이러니'를 연출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예상했던 대로 당장 올해부터 대학 복수 합격 수험생들의 대학간 대이동에 따른 혼선이 심각하다.

더구나 이 같은 '공급 초과' 현상은 2005학년도가 '최악'이고, 2009학년도까지 이어질 전망이어서 대학의 위기는 일시적이 아니라 본질적이고 내재적이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대학이 달라져야 살아 남을 수 있다는 인식을 하면서도 위기를 방치해온 꼴이다.

▲대학들의 신입생 등록률 높이기 비상 사태다.

우수 학생 유치는 물론 복수 합격에 따른 미등록 사태를 막기 위해 갖가지 유인책이 동원되고 있다.

특히 올해 서울대 합격자의 45.2%가 연세대.고려대에 복수 합격하는 등 중복 합격자가 많아 신입생 유치 경쟁이 치열하다.

상대적으로 여건이 불리한 대학들은 더욱 심각하다.

총장까지 합격생들에게 휴대전화 축하 문자 메시지를 띄우거나 가정에 축하 카드를 보내는 등 신입생 붙들기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지방 대학들은 그야말로 '초비상' 사태다.

영남대.대구대 등 지역 대학들도 총장 이름으로 휴대전화 축하 메시지나 e메일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어떤 지방 대학은 합격자 출신 학교 진학 지도 교사와 학부모에게 호소 편지를 띄웠다는 소식도 들린다. 그러나 이 같이 속출하는 온갖 아이디어에도 반응은 시들한 모양이다.

이제 곧 대학마다 합격생 연쇄 대이동으로 추가 등록 혼선이 불가피하지만, 중소도시의 대학이나 전문대들은 '죽을 맛'일 수밖에….

▲대통력직 인수위는 최근 '학벌 타파'를 국정의 핵심 과제로 선정하고, 서울.연.고대 정원 축소 추진과 지방대 특성화 중점 육성이라는 방안을 들고 나왔으나 이 지경까지 온 책임을 누가 질 것인가. 대학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치유돼야 하며, 지방 대학 육성은 국토의 균형 발전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대학 총장까지 홍보맨이 돼 신입생 유치전을 벌이는 것은 보통 문제가 아니다.

지금은 대학들이 '정원 미달→재정 압박→경쟁력 약화'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초비상 사태가 아닐 수 없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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