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간데스크-대기업도 지방 고민할때

구미 김관용 시장의 수출 자랑은 극성스럴 정도다.

어느 자리고 입만 열면 구미공단의 수출 실적을 한껏 늘어 놓기 마련이어서 '저 이가 공단의 홍보맨인가' 할 만큼 유별나다는 소리를 듣고 있다.

요즘 같으면 이런 식이다.

'지난해 구미 지역의 수출 실적은 우리나라 전체의 10%에다 경북에서는 86%를 차지했으며, 인구가 7배나 많은 대구보다 무려 6.8배를 기록했고, 전국 무역 흑자의 76%를 구미에서 해냈습니다'. 그같은 연설은 매번 '인구 35만의 도시로서는 엄청난 경제활동'이란 흥분조의 자평과 함께 수출에 앞장선 대기업들을 꼽으며 구미사회의 자긍심을 높여 보려 애쓰는 모습이다.

대기업 지역밀착 아쉬워

그런데 많은 시민들의 생각은 다른 것 같다. 그로 인한 감동은 찾기 어렵고, 여론을 들어 보면 구미 시민사회에 오래도록 쌓여져 온 대기업들에 대한 섭섭한 감정이 점점 더 두터워지고 있는 것을 읽을 수 있다. 한마디로 '구미에서 그처럼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는 대기업들이 지역사회에는 뭘 해 줬느냐'는 불만이 그 것이다.

그런 여론을 잘 알 김 시장 또한 현실적으로 별 도리가 없어 보인다. 구미시 차원에서 대기업들과 접촉할 수 있는 상시 채널 하나 존재하지 않는 게 현실이라니 말이다. 그렇게 대기업의 업적을 평가하고 다니는 시정의 최고책임자가 정작 그들 기업의 사장들을 만나 지역문제를 협의할 창구조차 없다는 건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얘기다.

지금 구미에서 공장을 돌리고 있는 대기업은 50여개다. 이들은 구미공단 입주 업체 수의 10% 정도지만 연 30조 생산의 구미 경제를 절대적으로 상징하고 있다. 그런 이들이 하나같이 본사를 서울에 두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지역문제에는 '나몰라라'는 입장이다. 아무런 결정권이 없는 현지 공장으로서는 지역사회에 관심을 기울이려 해도 힘이 없다는 태도다.

삼성도 그러하고 LG를 비롯한 다른 대기업들도 마찬가지다. 그러면서도 나름대로 지역에 기여하고 있다는 주장을 펴며 구미사회가 너무 많은 것을 자신들에게 요구하고 있다는 역불만을 갖고 있다.

물론 이들이 창출하는 고용효과를 비롯해, 업체마다 연 수십억원씩 납부하는 지방세 기여가 결코 가벼운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시민들은 '구미의 하늘 아래에서, 구미의 땅과 물 공기를 사용하는' 대기업들의 보다 높은 사회성 발휘를 기대하고 있다. 어쩌다 지역에 '얼마'를 내놓는 것이나 일정하게 펴는 자원봉사 활동도 좋지만, 근본적으로 구미사회의 오늘과 내일을 함께 고민하고 발전을 모색하는 차원으로 나가려는 자세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가령 구미 밤거리에 술집 노래방이 불야성을 이루고, 해마다 고교 진학생들이 타지로 빠져나가려는 현상에 대해, 이들 역시 당국 못잖은 무거운 책임감으로 다가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따지고 보면, 대기업들이 구미시민을 위해 교육 장학 문화 사업에 투자한 흔적은 별로 없다. 국내외의 주목을 받는 이 첨단산업도시의 품격과 국제화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도 의문이다.

지난해 애니콜 하나로 포스코를 능가한 삼성전자는 말할 것도 없고 다른 대기업들도 똑 같다. 기업과 지역사회가 다양하게 협력하는 무수한 외국 사례를 들 것도 없이 최소한 포스코가 포항에 기울이는 관심 정도라도 따라하기 어려운 것인가.지역사회에 활력이 넘치면 그만큼 공장도 잘 돌아갈 것은 자명한 이치다. 그 지역의 수준 높은 삶의 환경은 자연히 기업의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일종의 순환법칙인 것이다.

대기업들이 지향하는 이념('다 함께 잘 사는 사회' 따위) 또한 국민적 신뢰를 얻으려면 우선 그 지역에서부터 사랑을 받아야 하지 않겠는가. 로컬을 소홀히 하면서 글로벌 경영을 외친 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협조체제 구축 서둘러야

구미의 대기업들은 시민사회와의 협조체제를 서둘러 구축해야 하리라 본다. 지금처럼 사장은 일년 내내 서울에 있고 별 권한이 없는 현지 공장장이 얼굴을 내미는 것으로는 대기업이 이름값을 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그래 가지고는 지역 발전이고 기업의 좋은 이미지이고 기대할 수 없다. 언제까지고 기업과 지역사회는 겉돌 뿐이다.

실질적 결정력을 가진 대기업 사장들이 참여하는 구미시발전협의체 같은 조직의 구성과 정기적 운영이 절실한 상황이다.세상은 지금 중앙의 중추관리기능을 지방으로 내리자는 분권운동이 한창 탄력을 받고 있다. 그것은 나라의 균형발전을 위해 행정권력뿐 아니라 기업까지 지방 이전 또는 권한 이양을 시급히 추진해야 한다는 시대적 요청이 아니겠는가. 대기업들은 본사를 서울에 둘 수밖에 없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면, 사장이라도 자주 현지 공장에 내려와 지역사회와 호흡하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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