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루이 나이웨이 女流명인 3연패

루이 나이웨이는 역시 한국 여류바둑의 최강이었다. 여류정상을 넘보던 여고생 기사 조혜연(17) 3단의 투지도 루이의 벽을 넘지는 못했다.

8일 대구광역시 바둑협회 특별대국실에서 열린 매일신문사 주최 제4기 여류명인전 도전3번기 제2국에서 백을 쥔 루이 9단은 315수만에 5집 반 차이로 조혜연 3단을 물리치고 여류명인 3연패에 성공했다.

이날 승부는 1국에서 아깝게 반집차이로 졌던 조혜연 3단의 실리전략과 중앙을 선점한 루이 9단의 반격으로 시작됐다. 3번기 승부의 벼랑에 몰린 조3단은 초반 포석부터 4귀생이란 튼튼한 실리를 바탕으로 필승의 집념을 보였다.

그러나 루이 9단의 반격도 만만찮았다. 중앙전은 전투바둑을 즐기는 루이 9단의 장기. 초반 실리에서 밀렸던 루이 9단은 우상귀 전투에서 과감히 20여집을 버리면서 중앙을 선점하는 전략으로 반격의 실마리를 풀었다. 반면 우상귀 전투에서 실리에만 집착해 중앙의 주도권을 내준 것이 조3단의 결정적인 패인이었다.

검토실에 있던 김수장 9단은 "우상귀에서 흑이 유리할 기회가 있었는데 수를 하나 보지못해 조3단이 손해를 봤다"며 "흑 79가 실수였다. 오히려 82의 곳으로 뛰었으면 흑이 괜찮은 바둑이었다"고 진단했다.

조3단은 중반이후 맹추격에 나섰으나 초읽기에 몰리면서 끝내기까지 정교하게 하지 못해 결국 덤이 나오지 않아 패하고 말았다. 이번 대회 우승상금은 800만원. 이에 앞서 지난달 28일 열린 도전1국에서 루이 9단은 반집승을 거둔 바 있다.

◈ 루이 나이웨이 인터뷰

"점심시간 전 초반전이 좋지 않아 걱정이 많았습니다. 그 뒤 중앙싸움이 특히 어려웠죠"

8일 대구광역시 바둑협회 특별대국실에서 열린 매일신문사 주최 제4기 여류명인전에서 여류명인 타이틀을 3연패한 루이 나이웨이 9단은 담담했다. 대국 후 조혜연 3단과 30여분간 복기를 해가며 승부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상대 조혜연 3단의 바둑에 대해 묻자 어색한 웃음만 보였다. "떠듬거리긴 하지만 곧잘 하던 한국어를 잊어버릴 정도로 피곤합니다"며 그만큼 힘든 싸움이었음을 내비쳤다.

"주위에서 아줌마라고 불러도 전혀 기분 나쁘지 않을 정도로 한국생활에도 어느정도 적응이 됐습니다"

2년전 대구에서 인터뷰를 가졌던 그녀는 당시 집과 기원만을 오가는 단조로운 생활밖에 없다고 했다. 그랬던 그녀도 이젠 휴일이면 동료기사들과 수락산과 도봉산을 찾는다.

루이 9단은 중국에서 동료 기사였던 장주주 9단과 결혼한 뒤 일본과 미국을 떠돌며 '바둑 난민'으로 불운한 삶을 보내다 1999년 한국에 정착했다. 일본에서는 그녀의 독식을 우려한 일본 바둑계의 텃세로 대회출전조차 하지 못했다. 그래서 아무 조건없이 받아준 한국은 이들에게는 기회의 땅이었다.

한국기원에서 객원기사로 활동을 시작한 루이 9단은 이후 지금까지 국내 여류기전의 타이틀을 한번도 빼앗긴 적이 없는 여류 최강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 1월초엔 '유랑 기사'로 불운한 삶을 보내다 한국에 정착한 이들 부부의 자전적 기록인 '우리 집은 어디인가 1·2'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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