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한부에 자전거 한대'
'자전거 일보'란 꼬리표가 붙은 서울 소재 ㄷ일보가 판촉 활동을 위해 지난해부터 내건 구호다. "신문을 파는 것이 아니라 독자를 돈으로 사기위해 피말리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 판촉을 위해 지국마다 매달 500만원 이상을 경품으로 쏟아부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신문 판매 전쟁에 나서고 있는 대구 수성구 모 신문 일선 지국장의 고백이다.
지금 신문 시장의 현 주소는 말그대로 '난장판'이다. 10여년전부터 서울 소재 거대 신문들로부터 시작된 판촉 경쟁이 증면과 무차별적인 무가지 살포를 거쳐 이제는 독자를 돈으로 사는 왜곡된 유통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조선.중앙.동아로 대변되는 언론재벌이 몰고온 신문 시장의 파행적 유통 구조의 폐해는 한가지 예를 통해 단적으로 드러난다.
지난달 말 전국의 자전거 대리점 업주 50여명은 서울에서 집회를 갖고 공정거래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진정서에서 "조.중.동 3사가 자전거 경품전에 나서면서 판매량이 절반 이하로 떨어져 폐업 위기에 몰렸다"며 대책을 호소했다. 자전거 업계는 지난 4월 이후 뿌려진 자전거 경품이 20만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시사평론가 김영호(전 세계일보 편집국장)씨는 "광고가 신문 매출의 80%를 차지하면서 거대언론들은 돈으로 부수를 늘리고 다시 광고 단가를 올리는 수법으로 시장 지배력을 높여왔다"며 "물론 서울 소재 중소언론과 지방지들은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신문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8일 동아일보가 거듭된 시정요구에도 자전거 판촉을 계속해 왔으며 불공정 행위에 대한 위약금과 이행적립금 18억9314만원을 미납해 왔다며 신문협회측에 회원자격 중지를 요청했다. 이에 대해 동아일보 김학준 사장은 지난 24일 신문협회 이사회에 참석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기도 했다. 그러나 '신문 개혁'의 의지를 내비친 노무현 당선자의 취임 이후인 3월부터는 불법 판촉전이 어려워질 것으로 보이자 조.중.동 3사가 막판 밀어내기식으로 경품을 계속 쏟아붓고 있다는 것이 일선 지국장들의 호소다.
이에 따라 언론학자와 시민단체 등은 특정 신문의 독과점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민주언론운동연합 최민희 사무총장은 "북핵문제나 대선 등 국가적 주요한 사안에 대해 상당수 국민들은 보도의 잘잘못을 떠나 조.중.동의 논리를 그대로 받아들인다"며 "결국 사회 다양성과 자율권을 위협하는 것으로 국가 정책으로 이를 규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김씨도 "신문 시장의 70%를 장악하는 조.중.동 3사는 개인 소유로 극단적으로 말하면 몇명이 국민 전체의 여론을 움직이는 것이 현실"이라며 "신문 독과점 금지법과 거대 신문에 피해를 입어 온 지방지와 서울 소재 중소 신문 지원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거대 신문들의 여론.정보 독과점은 지방의 자생력을 뿌리채 흔들고 있다.
권력이 모여있고 대다수 정책 결정이 서울에서 이루어지는 현실에서 서울 소재 신문들의 비대한 몸집은 지방의 이슈나 의사를 전달할 통로를 점차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주택난에 따른 수도권 신도시 개발의 당위성과 수도권 공장 총량제 폐지 주장에는 충실하지만 대신 붕괴되는 '지방'의 위기나 지방민의 목소리에 대한 언급은 없다. 또 서울의 지하철이 몇분만 멈추어도 온통 지면을 채우며 난리를 떨지만 지방에는 수해가 나거나 인명사고가 나도 지면을 배정하는데 인색하다. 실제 충청과 호남의 경우 지방 신문 시장이 이들 거대 신문에 의해 사실상 장악됐으나 서울 소재 신문이 하루 발행하는 50면이 넘는 지면중 지방에 할당하는 양은 채 1개면이 되지 않는다.
부산 동의대 문종대(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서울 소재 신문은 근본적으로 지방을 서울의 종속적 개념으로 설정하고 있다"며 "강력한 서울 집중 체제에서 지방 신문의 위기는 지방 붕괴를 가속화 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정진호의 매일내일(每日來日)] 3·1절에 돌아보는 극우 기독교 출현 연대기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김세환 "아들 잘 부탁"…선관위, 면접위원까지 교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