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긴급진단 위기의 지방대-사립대

지역 사립대학들은 최근 몇 년동안 계속되고 있는 정원확대와 적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생 확보의 어려움과 갈수록 어려워지는 재정여건, 졸업생들의 취업차별 등 많은 고민거리를 안고 있다.

특히 90년대 중반 각 대학마다 학원민주화 등 소요사태로 한바탕 진통을 겪은 이후 대학내 의사결정구조 등 학내 질서가 어느 정도 제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와중에서 새로운 고민거리들이 대학을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교수 1인당 학생 수나 교수 1인당 학술연구비가 수도권 대학에 비해 60~70%선에 머무는 등 지방대학의 교육여건이 수도권 대학과의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면서 특히 사립대학들의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은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교육부의 국내 3대 대기업 표본조사 결과 지방대학 출신자 비율이 17%에 불과한 현실도 지역 사립대의 위상을 대변해주고 있다. 이에 따라 대학마다 구조조정과 대학 자체발전계획 수립, 비교 우위분야 특성화를 통한 경쟁력 강화에 혈안이 되고 있는게 현실이다.

지방대학 공동화 현상의 심화와 지방대의 위기의식이 고조되면서 수도권 대학에 비해 경쟁력이 뒤처지고 있는 지역 사립대학들의 현실은 어떤가. 한마디로 재정여건, 교수 연구실적, 학생 1인당 교육비 등 대학평가에 있어 지역 사립대학들의 여건과 실적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국내 한 신문이 지난해 전국 123개 4년제 대학을 대상으로 조사한 '2002년 전국대학평가'에 따르면 교육여건과 재정을 종합한 평가에서 포항공대를 제외하고 상위 20위에 든 지역 사립대는 하나도 없었다. 특히 사립대 재정여건에서도 지역 사립대는 어느곳도 20위권에 들지 못했다.

교수당 학생수, 학생당 장학금 규모, 기숙사 수용률, 학생당 교육비 등 평가항목에서 영남대가 교수연구부문 중 국내 논문(인문사회분야) 발표 실적에서 6위, 경일대가 2001년 학생당 교육비 상위 20개 대학 중 12위(891만4천원)를 차지한 것이 전부였다.

계명대, 대구가톨릭대, 대구대, 경산대 등 다른 사립대들은 어느 항목에서도 상위 20위권에 들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1994년부터 실시해온 대학종합평가에서도 지역 사립대의 상황은 마찬가지다.

교육과정, 수업 및 논문지도, 사회봉사, 교수, 시설.설비, 재정.경영 등 평가항목 가운데 계명대가 1997년 교육과 연구, 사회봉사, 시설.설비 영역에서 우수대학으로 평가됐고 대구가톨릭대는 1998년 사회봉사 및 시설.설비 영역에서, 1999년 대구대는 사회봉사 영역에서 각각 상위 3개 대학에 든 것이 전부다.

한편 국민대 교육학과 강영삼 교수가 지난해 8월 교육인적자원부의 의뢰로 전국 193개 4년제 대학을 대상으로 조사한 '전국 4년제 대학 2001년도 연구비 실태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00-01년 2년간 전국 각 대학 연구비 총액 규모에서 포항공대를 제외한 지역 사립대 가운데 상위 20위권에 든 대학은 전무했다.

영남대가 사립대 학술연구비 총액 규모에서 157억여원으로 14위를 기록한 것이 전부다.

인문학 분야 학술연구비에서 상위 20개 대학 가운데 영남대가 10위, 사회과학 분야에서 대구대가 15위를 차지했을 뿐 자연과학과 공학, 의.약학 분야에서 포항공대를 제외한 지역 사립대 중 상위 20개 대학에 포함된 대학은 하나도 없었다.

이같은 결과는 수도권의 명지대와 세종대, 지방의 동신대 호서대 조선대 아주대 울산대에도 뒤처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 전임교원의 연구실적 현황에서도 지역 사립대의 부진이 여실히 드러난다. 2001년 한 해 전문학술지 게재 논문 수 상위 20개 대학 중 계명대가 12위(1인당 4.5편)로 유일했다. 하지만 SCI급 국제학술지에 게재된 논문 수에서는 20위권에 든 지역 사립대는 전무했다.

지역 대학 중 포항공대가 3.4편, 경북대가 0.6편이었으며 타 지역 사립대 가운데 경희대 인하대 중앙대 서강대 울산대 등이 20위에 든 반면 지역 사립대학들의 실적이 평균에 크게 뒤처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전임교원의 저술업적에서는 대구대가 그나마 16위로 1인당 0.5편을 기록한 것이 전부다.

이에 대해 윤덕홍 대구대 총장은 "규모가 작은 지역 사립대학들은 갈수록 어려운 형편에 처해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며 "여건이 악화될 경우 심지어 문을 닫아야하는 대학도 생겨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 총장은 "연구인력 확보에 있어서도 지방 사립대가 재정부담이 크기 때문에 교수충원율 등 법적 기준에 따라가기 벅찬 현실"이라며 "지방대학의 특성화나 열악한 재정여건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학교 규모를 줄이거나 중앙정부의 사립대 재정보조금을 늘여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부분"이라고 밝혔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김형근 전문위원은 "지방 사립대들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문제점은 열악한 재정과 교육여건, 연구인력 부족 등에 따른 경쟁력 저하"라며 "일부 대학의 경우처럼 입학정원의 60%도 채우기 힘든 현실에서 사립대가 안고 있는 문제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강한 구조조정과 대학 특성화를 위한 중장기적 대학발전계획 수립 등 자구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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