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울진 핵폐기장 반대 현수막 물결

'핵폐기장 건설 반대'. 지난 4일 정부가 울진을 포함한 전국 4곳을 방사성(핵) 폐기물 처분장 후보지로 확정 발표하면서 해당지역 주민들의 반원전 정서가 확산되고 있다 .

특히 정부로부터 세차례나 핵폐기장을 건설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았던 울진군민들의 반원전 정서와 대정부 불신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

때문에 거리마다 핵폐기장을 반대하는 주민들의 현수막들로 가득하다.

눈물로 호소하는 글에서부터 위협적이거나 격정적인 글까지 자그마치 400여개에 이르는 갖가지 현수막과 깃발은 국가 에너지 정책 이전에 생존을 위한 군민들의 처절한 몸부림 그 자체다.

핵폐기장을 저지하려는 군민들의 눈물겨운 투쟁 모습을 몇가지 유형으로 정리해 본다.

◆읍소형=가장 전통적인 방법으로 애절한 말투로 호소하는 유형. 보통 여성단체들이 내건 현수막에서 주로 볼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아름다운 관광울진, 핵단지가 웬말이냐'는 후포여성소방대의 현수막. '축복받은 울진'등 여성 특유의 부드러운 어휘들을 사용, 상대의 감성에 호소하는 것들도 있다.

◆훈계형(자료제시형)=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의 정책이나 원전가동에 따른 피해 등 구체적인 자료를 내놓고 상대를 설득하려는 논리형이다.

'원전 온배수 피해만도 서러운데 핵폐기장까지 들일텐가', '원전가동 10여년 울진어장 씨말랐다', '국민의 정부는 군민과의 약속(더 이상 핵 관련 시설을 짓지 않겠다는)을 지켜라' 등의 논리와 자료를 제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애향심 유발형=유치위원회측 관계자들의 정서 즉 애향심에 호소, 회유하려는 고도의 심리전을 전개하는 유형. '돈에 눈 멀어 고향을 파는', '자손만대에 물려줄 복된 땅', '신음하는 고향 산천' 등 누가 보더라도 가슴 뭉클한 감동을 이끌어내는 글로 유치위측에 몸 담고 있는 또 다른 울진인의 정서와 애향심에 호소한다.

◆사생결단형='모' 아니면 '도'식의 전투형으로 가장 과격한 유형이다.

'핵은 죽음이다', '군민 다 죽이는 핵'. '자폭하라', '박살내자' 등의 극단적인 용어를 사용, 주민들을 자극하고 상대를 위협한다.

◆삼행시형=정부와 한수원 수장들의 이름을 삼행시로 짓는 것. 센스와 위트가 있어 보이나 비속어를 사용하거나 다소 원색적인 표현 구사도 마다하지 않는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를 빗대 '노상('늘' 이란 울진 사투리) 울진에 무한대의 핵 유치 책동은 현명한 판단인가', 최양우 한수원 사장을 '최대의 핵단지를 획책하는 양○○는 우리의 적'으로 표현하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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