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년 퇴임 앞두고 사회복지학 학위 노교수 부부 '제2의 인생'

정년을 눈앞에 둔 교수 부부가 사회복지학 학사학위를 동시에 획득하며 '제2의 인생'의 첫단추를 끼웠다.

이달 정년퇴직하는 서울대 국문과 심재기(65) 교수와 부인 숙명여대 이인복(66)명예교수는 오는 18일 현도사회복지대 사회복지과를 졸업한다.

10여년전부터 가정폭력피해여성 쉼터인 '나자렛성가원'을 직접 운영할 정도로 사회복지사업에 관심이 많던 심 교수 부부는 지난 2001년 편입시험을 통해 현도복지대 사회복지과 3학년으로 편입, 손자뻘 학생들과 함께 공부해왔다.

심 교수 부부가 2년간 기차와 버스를 갈아타며 4시간이 걸리는 충북 청원군까지 통학하며 가장 힘들어 한 것은 다름 아닌 건강문제였다.

자신의 강의 시간을 피해 일주일에 이틀씩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꽉 찬'시간표를 짜야했던 심 교수 부부는 오전 4시에 일어나야 겨우 오전 첫 수업시간에 맞출 수 있었다.

심 교수는 빽빽이 짜여 있는 서울대 강의와 현도복지대 강의를 오가느라 체력이 바닥나기 일쑤였고 무릎이 좋지 않은 이 교수는 지팡이를 짚고 다녀야 했다.

그러나 "평생 국어학의 세계만을 알다가 새로운 학문을 알게된 것이 무엇보다 기뻤다"고 회상할 정도로 새로운 학문의 재미에 빠져든 심 교수 부부는 서로를 격려해가며 어려움을 이겨냈다.

남편에 앞서 지난해 숙대에서 정년퇴직한 이 교수도 "복지시설을 운영하면서 사회복지사 자격이 없다는 것이 우습다고 생각해 뒤늦게 남편을 설득해 새로운 공부를 시작했다"며 "학부시절처럼 모두 A학점을 받지는 못했지만 많은 것을 배웠다"고 기뻐했다.

심 교수의 한 서울대 제자는 "지난 70년 시험시간에 부정행위를 한 정몽준 의원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한 분도 바로 심 교수"라며 "강의 마다 수강생 절반이 수강을 포기할 정도로 엄격하지만 학문적 수월성과 따뜻한 마음씨로 학생들의 존경을 받고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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