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반발 적고 단속 쉬운 곳... 줏대 없는 불법주차 견인

지난달 24일 오후 1시30분쯤 대구 범어동 대구MBC와 대구지방법원 사이 동대구로. 차량 20여대가 주차금지구역에 세워져 있었다.

잠시 후 수성구 견인대행업체의 견인차가 나타나더니 차량 한 대를 끌고 갔다.

이 견인차는 정확히 10분 후 다시 나타나 다른 차량을 끌고 갔다.

30분간에 걸쳐 같은 과정이 3차례 되풀이됐다.

이날 차를 견인당한 최모(33.대구 범어동)씨는 "대낮엔 차량소통에 전혀 지장이 없는 것 같은데도 유독 이 곳에서 집중단속을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운전자가 나타났는데도 '일단 견인 작업이 시작되면 운전자가 있건 말건 견인해야 한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다.

만촌동 한 주택가 이면도로에서도 주차구역이 아닌 곳에는 차를 세워놓기가 무섭게 견인이 이뤄지고 있었다.

주민 김모(30)씨는 "차량 소통에 불편이 없는데도 하루 3, 4대씩 같은 장소에서 차를 끌고간다"며 "주차단속에도 '목 좋은 곳'이 있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각 남산동 '인쇄 골목' 왕복 2차로는 무질서하게 늘어선 불법 주차차량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큰 도로는 물론이고 인쇄소가 있는 골목마다 불법 주.정차 차들로 극심한 정체 현상이 빚어지고 있지만 견인차는 어디에도 찾을 수 없었다.

인근의 자동차 부속골목과 북성로 공구골목도 상황은 마찬가지.

주민 이모씨(45.남산동)씨는 "불법 주차차량들 때문에 걸어다니기도 불편하다"며 "구청과 견인대행업체는 불법주차가 성행하는 이런 곳은 제쳐두고 어디서 단속 활동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다수 구청과 견인대행업체들의 단속이 실적 위주로 흐르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불법 주.정차가 극심해 통행에 지장이 많은 도로에서는 민원발생 등을 이유로 단속에 소홀한 반면, 단속이 쉬운 도로에서 불법 주.정차 차들을 집중적으로 끌어가고 있다는 것. 각 구청마다 이에 항의하는 민원이 하루 10여건씩 접수되고 있다.

민원인들은 "행정기관은 무차별 단속에 나서고 견인대행업체는 수익챙기기에만 급급하다", "불법주차는 잘못된 행동이지만 '단속을 위한 단속', '수익만을 앞세운 단속'에는 수긍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침산동에서 만난 한 주차단속 공무원은 "불법주차가 많은 곳이라도 주민 반발이 심한 곳에서는 견인을 하기가 어렵다"며 "주민 반발이 덜한 곳이나 주택가 이면도로에서는 원칙대로 단속을 벌이고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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