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학원 폭력 언제까지 방치할 건가

학원 폭력으로 주위 학생들에게 5년여간 890만원의 금품을 뜯겨온 고교 자퇴생이 부모 몰래 돈을 마련하려고 자신의 장기를 팔려다가 매매 브로커들에게 사기와 납치 폭행까지 당한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학원 폭력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된 건 이미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급기야 어른들까지 가세하다니 도대체 이 나라의 학교나 사회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통탄하지 않을 수 없다.

서울 구로경찰서는 9일 이 학생을 납치해 감금하고 금품을 강탈한 혐의로 장기 매매 브로커 3명을 긴급 체포해 조사중이라 한다.

교육 유관기관 고위간부의 아들인 이 학생은 중학교 1학년부터 무려 65차례나 학교 주변 폭력배들과 동급생들에게 금품을 뜯겨 왔으며, 장기 매매에 사기 당한 일까지 있다니 숨겨지고 있는 폭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그간 학원 폭력 문제는 한국의 교육 현실, 사회적 현실, 문화적 풍토와 분리돼 독자적으로 해결될 수 없는 문제여서 방치돼 온 것이나 다름없다.

더구나 그 후유증으로 육체는 말할 것도 없고, 정신까지 피폐해져 평생을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학생들과 부모들을 떠올리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학원 폭력은 물질만능주의의 가치관, 향락 풍조의 고조, 비인간화 경향의 증대, 유해 환경 범람 등에 기인하고 있다.

특히 어른 중심의 사회에서 감수성이 예민하고 자신의 행동이나 감정을 속 시원하게 발산할 기회를 갖지 못한 청소년들의 가치관의 혼란, 세대 단절, 질풍노도와 같은 감정 표출 등에 가장 많이 노출돼온 실정이다.

학원 폭력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국민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

국회는 하루 빨리 학교 폭력 관련 특별법 제정을 서두르고, 정부는 예방과 대처를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한편 교사와 전문가 집단을 양성해야 한다.

학교는 공동체로서 서로 돕고 협력하는 풍토를 적극 조성하고, 학부모들도 교권 존중과 이기적 가정 교육에 대한 반성을 통해 건강한 가정과 가족 공동체를 형성해야 하며, 사회 전체가 이기주의에서 벗어나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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