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5월 신주과학단지에 인접한 중리에 세워진 '기가램'은 반도체 메모리 DRAM 디지인하우스(설계회사)다.
타이완 엔젤투자가들이 모은 80억원의 자본금으로 출발한 기가램은 현재 일본의 엡손 및 미국 실리콘 밸리의 AMD, 엠비디어, ATI 등 세계 굴지의 기업들과 거래를 하고 있으며, 내년도 추정 주식 배당액만 100억원이 넘는 촉망받는 벤처기업이다.
현재 30명의 직원 중 10명이 한국인이며 평균연봉은 8천500만원 수준. 직원들에게는 아파트가 회사부담으로 제공되고 공용차량을 이용할 수 있는 혜택도 부여하고 있다.
타이완에서 불과 3년만에 탄탄히 자리를 굳힌 기가램이지만 한국에서는 쓰라린 실패를 경험했다.
1990년 2월 경북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이승훈(39) 기가램 대표는 삼성전자(반도체 부문)에 입사, 세계 최초로 SDRAM을 디자인해 상품화 시킨 주역 중 한사람이다.
"더 나은 DRAM 설계를 위해서는 새로운 경험이 필요했습니다.
일부는 유학의 길을 택하기도 했지만 저는 현장을 선택했습니다".
기가램 이 대표는 1996년 삼성전자를 떠나 서울 용산으로 갔고, 그 곳에서 친구를 도와 휴대폰, 핸즈프리 등의 설계와 막일하면서 기업부도의 아픔이 어떤 것이지도 배웠다.
1997년 하반기 서울에서 DRAM 디자인하우스를 처음 차린 것은 새로운 시장환경 변화에 대한 깨달음 때문이었다.
당시 타이완은 반도체 생산공장을 잇따라 세웠지만 디자인하우스(설계회사)가 없어 대부분 미국 실리콘밸리 디자인하우스의 하청생산을 하고 있었다.
또 실리콘밸리 디자인하우스의 중요 엔지니어 중 상당수가 한국인이었다.
"실리콘밸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세계 최고의 기술을 가진 한국에서 못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국내 상황은 혹독했다.
비슷한 시기에 시작했던 국내의 다른 DRAM 디자인하우스가 타이완과의 거래 중 '산업스파이' 사건에 휘말림에 따라 비즈니스 여건은 최악이 됐고, 결국 이 대표도 회사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현재는 한국에도 5~6개의 DRAM 디자인하우스가 영업을 하고 있다). 1998년 대만에서 세워진 DRAM 디자인하우스 '엘리트'는 당시 주가가 50배 이상 폭등하는 등 엄청난 돈을 벌어들이고 있었다.
"반도체는 삼성과 같은 대기업만 하는 일이라는 잘못된 국내 인식이 설계기술 하나로 세계 틈새시장까지 한국이 장악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결과를 초래한 것입니다".
현재 세계 1위의 반도체 생산업체인 삼성은 전세계의 노트북, 휴대폰, 컴퓨터 등에 필요한 메모리 반도체를 일괄 '설계-제조-판매'하기 때문에 규격을 표준화 시킬 수밖에 없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는 것. 따라서 자체 CPU(중앙처리장치)를 보유한 엡손 등 세계적 기업들은 고급 소비자를 위해 표준제품 보다 훨씬 성능이 뛰어난 고가의 맞춤형 DRAM을 요구하게 되고 이 틈새시장은 바로 중소기업형 디지인하우스와 반도체 하청생산 공장의 몫이 된다.
타이완과 실리콘밸리가 세계 반도체 메모리 시장의 강자로 부상한 것은 바로 이 틈새시장에서 확고한 위치를 장악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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