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우리 속담이 말하고 있듯이, 신체적으로는 어른이 됐으나 정작 그 사람 안에는 언제까지나 아이가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미국의 정신의학자 미슬다인은 저서 '네 안에 살고 있는 아이'에서 우리 속에 있는 어떤 특정한(무의식적인) 성격의 특징을 지칭하는 바로 그 인간의 미성숙에 관련된 '내면의 아이'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인간은 인격 형성에서 불가피하게 자신의 내면에 살고 있는 아이와 대결하고 화해하며 살아가야 하고, 이 '내면의 아이'가 인간의 행동을 지배한다는 이야기로, 가정 교육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이렇게 보면 우리 사회에는 큰 아이들로 가득하다.
농경사회에선 엄부자모(嚴父慈母)의 가정 교육이 중시됐다.
부모뿐 아니라 마을 어른들도 남의 아이들 교육에 가담했다.
'네가 누구 집 아이냐'고 캐묻는 동네 어른들도 바로 교육의 감시자였다.
하지만 이제 그런 분위기의 교육이 사라진 지는 오래다.
과잉 보호와 원칙 없는 보살핌이 우리 가정 교육의 현주소다.
▲신세대 10명 중 4, 5명은 인격이 원만하게 형성되지 못해 대인관계나 사회생활에 지장이 있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울대 의대 정신과 권준수 류인균 교수 등은 최근 서울지방병무청에서 신체검사를 받은 20세 남성 5천971명 대상의 '인격 장애 자가진단' 설문 조사 결과 44.7%가 인격 장애가 의심되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또한 인격 장애 12개 유형 가운데 1개 유형 이상의 장애가 의심되는 경우는 무려 71.2%에 이르렀다 한다.
▲가장 두드러지는 유형은 강박성(49.4%)·회피형(34.7%)·히스테리성(25.6%)·편집형(22.6%) 등이며, 이 같은 수치는 미국·유럽 국가의 11~18%에 비해 2.5~4배에 이르러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 연구팀은 사회적으로 가치관이 혼란한 상태에서 가정 교육의 부재가 인격적으로 '미성숙한 어른'을 양산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인격 장애는 자신의 문제를 남이나 사회 탓으로 돌리고, 대인 관계의 지장은 물론 주변 사람을 괴롭히는 특징을 가지고 있어 큰 문제다.
▲지금의 교육은 남보다 부(富)를 더 축적하거나 권력에 더 가까이 갈 수 있는 교육으로 바뀐 지 오래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어렸을 때의 사회적인 기본 교육이 인생을 살면서 인품과 성격을 형성하는 기초가 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부모는 없겠지만, 모두가 '내 자식만 잘 되면 된다'는 이기심에서 자유롭지 못한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정신의학계에서도 '신세대의 인격 장애가 최대의 화두'라 했다.
'엄부자모'라는 우리의 전통적인 가정 교육 정신이 되살아나야 한다고 강조한다면 너무 고루한 생각이기만 할까.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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