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포럼-말장난하나

정말 이해하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

같은 말을 놓고 두말이 나오기 때문이다.

최근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측 고위 대표단이 미국 럼즈펠드 국방장관을 만났을 때 그는 "한국민이 원하면 주한미군은 철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국내 언론이 보도했다.

이를 두고 정대철 단장은 "그런 말은 없었다. 오보다"고 하고 있고 단원인 유재건 의원은 "럼즈펠드 장관이 미군은 초청을 받아 주둔하며 특정국가가 주둔을 원치 않으면 주둔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확인했다.

게다가 제프 데이비스 미국 국방부 대변인도 "럼즈펠드 장관은 지난 4일 대표단과의 면담에서 미군은 주둔 국가가 원하지 않을 경우 머물지 않는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전했다"고 확인까지 해 주었다.

말들을 종합해 보면 정 단장은 럼즈펠드 장관이 '주한미군'이라는 말을 넣어 말하지는 않았으므로 '오보다'고 한 것 같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국민의 느낌으로는 말장난을 한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반미구호가 길거리에 쏟아지고 있는 마당이다.

이는 사실상 주한미군 철수라는 말이 나온 거나 마찬가지가 아닌가. 사실상 빈손 귀국한 대표단의 방미성적이 미안해서 그러는지 몰라도 말장난식 발언으로 문제의 본질을 덮으려 해서는 안 된다.

말장난은 국민불신만 키울뿐 이라는 점에서 외교실패보다 더 나쁘다 하지 않을수 없다.

이러한 이해할 수 없는 일은 이보다 앞서도 일어났었다.

한화갑 민주당 대표와 같이 미국을 방문했던 함승희 의원은 "최근 임성준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방미 때 럼즈펠드 장관이 '한국국민이 원하지 않으면 철수하게 될 것이고 ...' 라고 구체적으로 언급했는데도 정부가 심각하게 대처한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임수석은 "그런 얘기를 들은 기억은 안 나고 한국에서의 SOFA개정 요구도 주한 미군주둔을 전제로 한 얘기라고 설명하자 미국측도 이해했고, 럼즈펠드는 '미국은 전혀 철수할 계획이 없다'고 얘기했다"고 부인했다.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2년 전인 1590년에도 이런 일이 일어났었다.

왜란이 있을 것이란 소문이 하도 나돌자 선조는 황윤길과 김성일을 각각 정사와 부사로 일본에 보내, 그 상황을 알아보게 했다.

그러자 정사는 '침략이 있을 것'이라 했고 부사는 '없을 것'이라고 보고했다.

왜 그렇게 달랐느냐에 대해서 가장 보편적인 설명은 서인과 동인의 당쟁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당쟁이 있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보는 눈이 다를까.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한·미 동맹관계가 시대에 맞게 재조정되어야 하고 북핵 문제를 둘러싼 해법에 대한 견해차도 좁혀야 한다.

그렇다면 현실을 바탕으로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이 정도다.

그런데 말을 한 미국쪽에서 말을 했다고 하는데 왜 굳이 그런 말이 없었다고 꼬투리를 잡고 우기는 지 모르겠다.

임진왜란 때 김성일 부사처럼 '민심의 동요'를 우려해서 그러는 것인가. 서울의 민심은 외국이 놀랄 정도로 평화로운데도.

물론 미군 철수 가능성은 낮다.

다만 89년 넌-위너 수정법안이 통과되면서 철군이 결정적인 때도 있었다.

실제로 7천명 정도의 감축도 있었다.

이를 보면 철수도 가능하다는 전망을 내릴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93년 북핵문제가 터지면서 없었던 일로 되돌아갔다.

그리고 클린턴 정부시절 신아태전략보고서가 나오면서 미국은 자신의 국익을 위해 동아시아에 미군을 현상유지 시킨다는 것으로 끝을 보았다.

이를 보면 철수는 없을 것 같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지금 당장 미군이 철수한다면 우리는 얻는 것보다는 잃는 것이 더 많다는 사실이다.

우선 안보상의 문제로 인해 외국인 투자자들이 동요, 상당수 자금이 빠져나갈 것이고, 또 물러난 미군을 대체할 군사력을 키우자면 적어도 300억 달러는 든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IMF경제위기가 별 것인가. 외국돈이 빠져나가면서 비롯된 것 아닌가.

외교는 언제나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야 하는 것이다.

가능성은 낮다고 하지만 만약 미국이 철군문제를 제기한다면 그 때 지금처럼 못 들었다고 우길 텐가. 아마추어라서 그런가 아니면 진짜 외교의 고단수라서 그런가. 국민은 이러는 정부가 정말 미덥지 못하고 불안하다.

미군 철수보다 정부의 말장난이 더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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