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은 정월 대보름. 1년에 12번이나 뜨는 것이 보름달이지만 우리 민족은 유달리 정월 대보름달에 많은 의미를 부여했다. 남보다 먼저 달을 보고 소원을 말하면 반드시 이뤄진다며 일찍 저녁을 챙겨 먹고 마을 뒷산에 올랐고, 다같이 귀밝이술을 마시고 부럼을 깨물며 건강을 빌었다.
다른 날 같았으면 집 근처에서 불장난을 하다 들키면 혼쭐나던 애들도 이날만큼은 불을 피운 깡통을 철사에 매달고 밤 늦게까지 골목길을 누빌 수 있었다.
정월 대보름을 맞아 달집태우기, 쥐불놀이 등 대도시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우리의 전통놀이가 펼쳐지는 곳을 자녀들과 함께 찾아가보는 것은 어떨까.
▲화왕산 억새 태우기
산 이름에서도 센 불기운이 느껴지는 창녕 화왕산(火旺山·757m) 정상엔 이날 거대한 불바다가 펼쳐진다.
매년 가을 절경을 이루면서 등산객들을 매료시켰던 드넓은 억새밭에 불이 붙는 것.
이 억새태우기 행사는 '화왕산에 불이 나야 풍년이 들고 재앙이 물러간다'는 속설에 따라 지난 95년 창녕군과 지역산악회인 '배바위산악회'가 처음 시도했다.
이듬해인 96년에도 행사가 이뤄졌으나 생태계 파괴를 우려하는 환경단체의 지적에 따라 3, 4년 간격으로 열고 있다.
올해는 4번째로 지난 2000년 이후 3년 만이다.
연날리기, 민속놀이 등 분위기를 돋우는 식전행사가 이날 아침부터 산 정상에서 펼쳐진다.
본행사는 달이 뜨기 직전(오후 5시30분) 풍년 농사와 지역민의 안녕을 기원하는 상원제(上元祭)로 시작된다.
제(祭)가 끝남과 동시에 14개 읍면에서 각 4개씩 가져온 북 56개가 일제히 울리면서 천지를 진동시킨다.
높이 13m의 달집에서는 대형 불기둥이 솟는다.
5만6천여평의 억새밭에도 순식간에 불이 번지면서 밤하늘은 붉게 물든다.
불길이 사그라들면 잔불에 콩을 볶아 먹거나 밤을 구워 먹는 행사가 이어진다.
주무대는 화왕산성 서문과 배바위 사이에 설치된다.
큰 불이 순식간에 번졌다 꺼지기(20분 정도 소요) 때문에 하이라이트를 놓치지 않으려면 아무리 늦어도 오후 6시까지는 정상에 도착해야 한다.
평상시에는 화왕산 입구에서 산 정상까지 1시간 남짓하면 도착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이 몰릴 때는 더 걸린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외지인들이 일반적으로 찾는 등산코스는 도성암 입구~산림욕장~정상 코스(제2등산로)이지만 경관은 도성암 입구~전망대~배바위~정상 코스(제1등산로)가 좋다는 것이 지역민들의 귀띔이다.
산행시간도 그리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기온이 많이 높아졌지만 산 정상에서 이뤄지는 행사인 만큼 두툼한 방한복은 필수다.
등산로도 아직 곳곳이 얼어 있다.
행사가 끝나고 내려올 때는 특히 조심해야 한다.
주최측에서 하산을 돕기 위해 손전등 8천여개를 나눠주기로 했지만 각자가 랜턴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야간산행에 충분한 장비를 갖추지 못했거나 어린이를 동반한 사람은 자하곡매표소 쪽보다는 옥천매표소쪽으로 하산하는 것이 좋다.
임도가 잘 닦여져 있고 밤 9시부터는 옥천매표소 주차장에서 창녕읍 방면으로 20분 간격의 셔틀버스가 운행된다.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화왕산 입구 민박집은 거의 예약이 끝난 상태다.
주중에 비나 눈이 많이 내린다면 행사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으므로 사전에 확인하는 것이 좋다.
문의처는 창녕군청 관광진흥계(055-530-2241).
▶가는길: 구마고속도로 창녕IC에서 빠져 좌회전 후 읍소재지 오정리네거리에서 이정표를 따라가면 됨.
▶먹을 만한 집:*원조황소국밥(055-532-1564), 소전국밥(055-532-1763)-소머리국밥, 3천500원, 창녕가축시장 내. *화왕산된장청국장마을(055-521-3337)-보리밥청국장 정식, 5천원. 계성면 4리 관룡사 입구.
▲청도 도주줄다리기
청도군 청도읍 청도천변에서는 이날 도주줄다리기와 대형 달집태우기 등의 행사가 열린다.
도주줄다리기는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의 넋을 달랠 목적으로 청도지역에서 18세기 중엽에 시작된 놀이. 한때 밀양, 창녕 지역 사람들까지 참여하는 큰 규모로 이뤄졌었다.
그러나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 등을 거치면서 중단됐다가 다시 행해졌으나 겨우 명맥만을 유지하여 오다 지난 97년 본격 부활됐다.
지난 2001년 이뤄진 이래 2년만에 재현되는 도주줄다리기에 사용될 줄은 볏짚 3만여단이 들어갔으며 600여명이 작업에 참가했다.
각 읍면에서 종줄을 만들고, 이 종줄을 이용해 원줄을 만들었다.
원줄의 지름은 0.6m, 길이는 110m다.
암·수줄 각 50개씩 달린 가닥줄 지름도 15㎝나 된다.
줄다리기에는 3천여명이 참가할 수 있다.
지역민들이 동·서군으로 나뉘어 참여하는 줄 시가행진(오전 10시)에 이어 민속연날리기, 농악경연대회 등이 펼쳐지며 줄다리기오후 5시를 전후해 시작된다.
줄다리기에서 이긴 편은 상여를 메고 진 편은 통곡을 하면서 행진한다.
달이 뜨면 2개의 대형 달집에 불이 붙는다.
모든 부정과 사악은 불길 속에 사라지고 대보름달을 닮은 넉넉한 한해가 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4.5t 트럭 60여대분의 솔가지와 짚단이 들어간 높이 15m, 폭 15m로 전국 최대규모다.
자욱한 연기와 함께 수십m 상공까지 솟구치는 불길은 또하나의 장관을 연출한다.
달집에는 새끼줄이 처져 있어 관광객들도 자신의 소망이나 가족의 안녕을 기원하는 소원문을 달집과 함께 태울 수 있다.
또 전통 다리미에 콩을 볶아 나누어 먹는 등의 우리 민족 고유의 풍습도 재현된다.
▲기타
이밖에도 영주시 순흥면 읍내리 장터에서는 이날 제4회 흥주고을민속축제가 열리며, 포항시 호미곶 해맞이광장 해변에서도 오후 5시부터 대보면의용소방대 주최로 정월대보름 달맞이 행사가 개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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