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가 우리나라의 신용등급 전망을 두단계 하향 조정함에 따라 외평채 가산금리가 올들어 최고치를 기록하고, 주가.환율이 불안해지는 등 경제전반에 '충격'을 던졌다. 그러나 12일 오전 금융시장은 '무디스 충격'에서 다소 벗어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그 향방은 유동적이다.
또 이번 신용등급 전망 하향의 빌미가 된 북핵 문제에 대한 정부의 안이한 대처와 국가 신용등급 조정 때마다 이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듯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매행태가 반복되는데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무디스가 신용등급 전망을 두 단계 하향조정한 것과 관련,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가산금리가 올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12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시장에서 10년만기 외평채의 가산금리는 미 재무부채권(TB)을 기준으로 전날보다 0.05%포인트 오른 1.28%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1월4일 1.31%이후 최고치다. 12일 오전 주식시장은 신용등급 전망 하향 여파가 다소 진정돼 종합주가지수.코스닥지수 모두 강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환율도 달러화 약세에 따라 소폭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으며 금리도 전날의 급등세에서는 벗어났다.
이번 신용등급 전망 하향과 관련 우리 정부가 북핵 등 주변 상황을 지나치게 낙관하다 예상치 못한 '암초'에 부딪히고 말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무디스 신용평가단이 지난 달 북핵 문제 등에 대한 우리 정부의 설명을 듣기 위해 방한한 직후 정부는 "신용등급 전망을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했다"며 낙관적인 입장을 밝혔으나 결과는 정부의 예측과는 정반대로 나왔다. 당시 방한했던 무디스 한 관계자는 11일 "신용등급 전망을 안낮추겠다고 말 한 적 없다"고 밝혀 낙관론을 펴던 정부는 결국 뒤통수를 맞았다. 또 정부는 신용등급심사위가 열리는 사실도 몰라 국가 신용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신용평가사들의 움직임에 안이하게 대응했다는 비판마저 받고 있다.
국가 신용등급 조정때마다 이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같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매행태 반복으로 국내 기관과 개인투자자들만 멍든다는 지적도 있다. 외국인은 거래소시장에서 지난 달 9일부터 순매도로 전환, 무디스가 신용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한 날까지 4천400여억원의 누적 순매도를 기록했다. 증권사 관계자는 "국제 신용평가기관의 신용등급 발표를 앞둔 외국인의 매매는 항상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며 "신용등급 조정을 미리 알고 있었던 듯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매행태로 선량한 국내 개인.기관투자자들만 손해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신용등급 전망 하향에 따라 미국-이라크 전쟁 위기, 북한 핵문제 등의 악재로 고전하는 지역 경제계는 신용등급 하향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파악하는 등 바짝 긴장하고 있다. 신용등급이 한단계 내려가면 국가적으로 연 5억달러의 손해를 보는데다 해외자금 유입 차단, 주가 하락. 환율 상승 등 금융시장 불안으로 경제 전반에 충격이 적지 않기 때문. 기업들은 당장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면서도 향후 외국인 투자유치가 어려워지고 금융기관과 기업들의 해외자금조달 금리가 높아질 수 있어 시설투자를 비롯한 기업활동이 위축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기업 한 관계자는 "신용등급 전망 하향은 기업의 자금조달 등에 큰 부담이 될 수 밖에 없어 기업이 투자에 나서기를 꺼리게 되고 결국 경제 전반이 위축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북핵' 직격탄...S&P등 파급 우려
무디스가 11일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3개월만에 A3 등급(투자적격)은 그대로 두고, 향후 전망을 '긍정적'(Positive)에서 '부정적(Nagative)'으로 두단계 내린 데에는 북한 핵문제 등 한반도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가장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무디스가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북핵 문제에 대한 정부의 안이한 대처와 새정부 출범을 앞둔 국내 경제의 불투명성도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 북핵, 전망 하락 '직격탄'
무디스는 공식발표를 통해 "북한행동과 국제사회의 대응과 관련한 불확실성"을 우리나라 신용등급 하락의 주된 이유로 꼽았다.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추방을 비롯, 핵무기비확산조약(NTP) 탈퇴, 영변 핵시설 재가동 등 최근의 일련의 조치를 통해 과거보다 한층 과격한 행동양상을 보였다는 것이다.
무디스의 이같은 평가는 해외 투자자들이 한반도에 대해 느끼는 불안감이 내국인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무디스는 "새정부가 안보환경의 악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한다면 환란 이후 보여줬던 성공적인 경제성과를 지속할 것"이라고 밝혀 대북정책 개선에 노력해줄 것을 당부했다.
그러나 북핵문제가 한국이 독자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어서 무디스의 이같은 평가는 한국정부에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다.
▲ 정부, "예상 못해"
정부는 북핵이 국제적인 변수로 직접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지만 주변 상황을 지나치게 낙관하다 예상치 못한 결과를 만나게 됐다. 무디스는 지난달 20∼21일 북핵문제와 촛불시위 등에 대한 우리 정부의 설명을 듣기 위해 방한했다. 정부는 당시 "무디스 신용평가단은 방한기간 여러가지 관심사에 대해 충분히 확인한 것으로 판단되며 신용등급 전망을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했다"며 낙관적인 입장을 취했으나 결과는 정반대로 나왔다.
무디스의 이번 신용등급심사위원회에는 지난달 방한했던 토머스 번 국가신용등급담당국장 등 2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져 무디스 방한시 북핵과 관련한 우리정부의 설명이 불충분했던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신용등금심사위가 열리는 사실도 모르고 있어 국가의 신용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신용평가사들의 움직임에 안이하게 대응했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무디스가 이번 신용평가에서 북핵문제를 주로 거론했지만 국내의 소비자 및 기업심리 악화와 투자증가율 둔화, 환율인상 등 어두운 경기상황도 신용평가전망을 내리는 데 한 몫 거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행은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기준 경제성장 전망치를 당초 연 5.7%에서 5.5%로 낮췄다.
이에 따라 새 정부는 북핵문제 해결 뿐만아니라 경제침체 극복이라는 이중부담을 안게 됐다.
▲ 외평채 차환발행에 악영향
한국정부가 발행한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가격은 한국의 국가신용도를 매일 점검하는 지표로 사용된다. 신용등급 전망의 하락은 신용등급 자체의 하향보다는 타격이 상대적으로 적겠지만 외평채 가격의 하락을 가져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
당장 정부는 오는 4월 10억달러규모의 외평채를 차환발행해야 한다. 외평채 가산금리(스프레드)가 오르게 되면 외평채 가격이 떨어져 상환에 따른 부담이 그만큼 늘어나게 된다. 정부는 신용평가기관들의 신용등급이나 전망 조정이 외평채 차환발행에 직접 영향을 주는 만큼 이를 상향조정하는 데 주력해 왔으나 일단 수포로 돌아가게 됐다.
국가신용등급은 한단계 올라갈 때마다 5억달러의 해외투자유발효과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따라서 신용등급전망의 하락은 상당한 해외자금의 유입을 차단하는 역효과를 낼 전망이다.
▲ '부정적' 전망의 의미
신용등급 전망이 부정적이라는 것은 신용등급 자체가 바로 내려간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긍정적(Positive), 안정적(Stable), 부정적(Positive) 등 3단계로 나눠진 신용등급 전망에서 최하위 단계로 떨어짐에 따라 신용등급 자체도 하위단계로 떨어질 가능성은 그 만큼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또 주가의 하락과 주가 급락과 외평채 가산금리 상승 등으로 모든 경제분야의 신인도를 추락시켜 우리경제를 어렵게 한다. 전망치의 상향 또는 하향 조정은 일정기간이 필요한 게 아니라 신용평가기관들의 판단에 따라 이뤄지는 것인 만큼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재경부 김용덕 국제업무정책관은 "무디스가 북핵 문제 이외에는 거론하지 않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북핵문제의 원만한 해결을 위해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정책관은 "과거 신용평가기관들이 전망을 4개월내에 상향조정한 경우도 있는 만큼 북핵문제가 해결되면 전망치가 조기에 올라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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