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민주 대구 위원장들 개혁안 볼멘소리

민주당의 개혁방안이 확정 발표된 지 하루 만인 11일 오후 대구지역 지구당위원장들이 모였다.

지구당위원장제 폐지 방침에 대한 대책 마련을 위한 자리였다.

이들의 걱정은 대세가 정당개혁이고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조류라는 점에서 자신들의 힘이 너무나 미약하다는 것이었다.

또 대세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다는 점도 인정하고 공식적으로는 "당의 개혁과 당의 발전을 위한 일련의 방침과 행동에는 적극 협조하고 참여한다"고 했다.

하지만 개별적으로는 섭섭함을 감추지 않았다.

개혁안이 서울과 호남 등 지지기반이 강한 지역은 괜찮지만 영남권에 대해서는 민주당이 발을 더 붙이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19일 당무회의에서 개혁안이 그대로 통과될 경우 자신들은 졸지에 지구당위원장에서 평당원으로 전락하는 것은 물론 사실상 영남권 전 지구당이 사고지구당이 될 것이라며 별도의 대책 수립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일부 위원장들은 정치개혁은 국회개혁이 요체임에도 개혁이라는 명목을 들어 원외 지구당위원장들을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도 나타냈다.

원내 지구당위원장들은 위원장직을 내놓아도 지역구 국회의원이라는 점에서 원내와 원외의 격차만 심화시키고 특히 영남권의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는 통로도 없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졸지에 자신들이 개혁의 대상처럼 비쳐지는데 대한 불만도 없지 않았다.

한 지구당위원장은 "3년 전 들어와 어려운 여건 가운데서도 지구당을 이끌었는데 하루 아침에 청산의 대상처럼 내몰리고 있는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위원장은 "지구당위원장 물갈이가 목적이라면 저항해도 소용없을 것"이라며 "정치를 그만둬야 하는 것 아닌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부는 경쟁력 내지 득표력 미달이라는 지적에 대해 "민주당 간판이라는 점 때문에 오히려 지역에서 더 손해를 본 것 아니냐"고 반문하고 "그럼에도 민주당 간판을 지켰다"고 강조했다.

또 "우리도 한나라당 후보로 나오면 전국 최고 득표율을 올릴 수도 있고 호남에서 출마하면 무난히 당선될 수도 있다"며 "지구당위원장의 업그레이드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민주당에 대한 지역정서의 업그레이드가 절실한 것 아니냐"고 항변했다.

이날 위원장들은 3시간이 넘게 진행된 마라톤 회의 끝에 크게 세 가지로 입장을 정리, 당무위원인 강기룡.박기춘 위원장을 통해 의견을 개진, 영남권에 대한 유보 내지 경과조치를 요청하기로 했다.

또한 위원장 협의회를 구성하고 간사에 안경욱 위원장을 정해 연락 창구로 활용하기로 했다.

이들은 우선 지구당위원장을 없애고 공직선거에 출마할 후보와 운영위원장으로 지구당 운영을 이원화할 경우 위원장이 전원 원외인데다 당세가 미약한 영남지역에서 지구당운영 자체가 불가능해진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개혁도 좋지만 총선을 1년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이같은 정치적 실험은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현 체제에서 운영을 민주화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는 지적이었다.

특히 이들은 제왕적 지구당위원장제 폐지가 신진의 정치 진입을 앞당기기 위해 문호를 개방하려는 것이라면 위원장직을 전원 사퇴할 수 있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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