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이런데도 '경제 위기' 아닌가

정권 전환기 '공백 상태'에서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정권을 마무리하는 쪽은 유종의 미(美)를 위해 수사(修辭)를 널어놓기 바쁘고, 정권을 인수하는 쪽은 '밝은 면'만 강조하다보니 현실은 저만치 동떨어져있다.

심각한 착시(錯視)현상이 아닐 수 없다.

이같은 틈새를 비웃기라도 하듯 11일 국제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는 한국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긍정적'에서 '부정적'으로 2단계나 낮췄다.

현재의 경제 사정을 보면 이같은 부정적 견해가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오히려 '비상체제'로 보는 것이 옳은지도 모른다.

이처럼 모든 국민이 우려하고 있는데도 정작 정부는 안이하다.

박지원 청와대 비서실장이 "정부와 인수위가 열심히 뛰어 현 신용등급이 유지된 것"이라고 장담한 것은 불과 며칠전이다.

노무현 당선자도 최근 "어두운 경기(景氣)를 거론하는 것은 경제에 악영향을 준다"며 일부 언론 보도에 불만을 토로했다.

한국 경제에 대한 정부, 국민, 해외의 시각이 모두 제각각이니 진실을 종잡을 수가 없다.

불확실성이 증대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경제 환경이 나쁘면 신용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도 나빠지는 환경을 인정하지 않은 결과가 어떤지는 지난 97년 외환위기 때 충분히 경험하지 않았던가. 물론 무디스가 전망을 낮추었지 신용등급 자체를 낮춘 것은 아니다.

다른 신용평가기관인 S&P 와 피치사는 "현 수준을 유지하겠다"고 했다.

김석수 총리도 국회답변에서 "신용은 노력하면 원상회복될 수있다"고 했다.

이제 사실을 사실대로 인정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무엇보다 북핵(北核) 변수를 경제지표에 반영해야한다.

우리는 지금 미-이라크 전쟁 요인은 크게 부각시키면서 정작 북핵에 대해서는 애써 변화요인으로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지정학적이요, 내부 구조적인 요인이 크게 불거졌는데도 이를 무시하고 수치 놀음에 매달린 경제정책이라면 쓸모가 없다.

오히려 국민을 호도하여 불신과 불확실성을 증폭시킬 뿐이다.

무디스의 이번 조치는 '우물안 개구리'식 정책에 대한 확실한 경고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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