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전에 꿈꾸는 사랑은 불가능이 없다.
영화 '귀여운 여인'처럼 대부호와 매춘부의 신데렐라 사랑도 가능하고, 죽은 약혼자를 못 잊어 하염없이 눈물 흘리는 '사랑과 영혼'도 자신의 이야기다.
가족의 도움으로 명문대학 졸업자와 결혼하는 '가문의 영광'과 같은 허무맹랑한 러브스토리도 꿈만은 아니다.
하지만 결혼생활이 시작되면 달라진다.
안정된 생활과 소속감이 생기는 대신에 여자의 자유와 사랑은 포기해야 한다.
더 재수(?)가 없으면 '북어와 여자는 두들겨야 맛이 난다'는 사람과도 만날 수 있다.
이보다 더 독하고 심한 영화 '적과의 동침'도 있다.
겉으로는 원만한 부부생활을 하는 로라는 남편 마틴의 결벽증과 의처증으로 인해 말못할 괴로움을 겪는다.
눈부실 만큼 투명한 바닷가 대저택, 빨간 장미꽃을 선사하는 남편의 표정 없는 콧수염…. 절제와 생략만이 전부인 듯한 남편의 삶에 질리고 만다.
그릇을 던지며 소리라도 질렀으면 좋겠지만 부부는 그러지 않는다.
욕실에 걸린 타월의 정비상태로 아내의 자유를 빼앗고, 찬장 속의 통조림 배열로 아내를 숨막히게 한다.
소리의 높낮이조차 없는 남편이 베를리오즈의 교향곡으로 소리 없는 폭력을 행사한다.
마침내 아내는 탈출하려고 마음 먹는다.
폭풍우가 치던 밤. 해안에서 익사한 것처럼 가장하여 다른 곳으로 떠난다.
청소도 안하고 커튼도 마구잡이로 걸고 창문너머로 이웃집이 보여도 개의치 않는다.
광기 어린 남편의 추적만 피했더라면 그녀는 진정 행복할 수 있었다.
어느 개그우먼이 남편에게 당한 폭력을 두고 구설이 끊이지 않는다.
'맞을 짓을 했다''남자인심이 좋다'에서부터 '남편의 이름'까지 들먹여지고 있다.
물론 이 땅의 일부 천박한 남자들이나 황색저널리즘이 그대로 지나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은 했었다.
여자와 관련된 일이라면 일단은 성(性)과 연관짓고 보는 그들에게 익숙하기는 하다.
그렇지만 폭력을 두고도 낄낄거릴 줄은 정말 몰랐다.
사람의 본능인 '측은지심'조차 잃어버린 그들에게 한없는 공포를 느낀다.
내 사랑하는 누이의 모습일수도 있는데….
대경대 방송연예제작학과 교수 sdhantk@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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