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놓칠 수 없는 꿈을 향한 질주

'8마일'은 꿈을 잃지 않는 한 젊은 래퍼의 이야기다.

놓을 수 없는 꿈, 가혹한 현실, 그것을 이겨낸 스물 남짓 래퍼의 드라마가 랩 뮤직의 선율 위에서 가슴 아릿하게 그려나간다.

'Lose Yourself'의 랩가수 에미넴의 자전적 이야기를 'LA 컨피덴셜'의 커티스 핸슨 감독이 연출했다.

"'록키'를 보기 위해 모두 권투선수가 될 필요가 없듯이, '8마일'을 보기 위해 모두 힙합 팬일 필요는 없다". 랩에 대한 이질감을 없애기 위한 친절한(?) 배려이다.

그러나 영화는 그런 배려가 필요 없이 관객을 자연스럽게 랩의 세계에 빠져들게 한다.

영화 중반을 넘어서면 어느새 음악에 맞춰 머리를 끄덕이는 자신을 보게 된다.

그것이 '스파이스 걸' 등 인기에 영합한 스타가수 영화와 다른 점이다.

'버니 래빗'이라는 별명을 가진 지미 스미스 주니어(에미넴)는 디트로이트 빈민가에서 어머니(킴 베이싱어)와 트레일러에서 살고 있다.

자동차 공장에서 힘들게 일하면서도 틈틈이 랩을 노트한다.

임신한 여자친구와 헤어진 뒤 모델 지망생 알렉스(브리트니 머피)를 만난다.

그러나 지미의 재능을 시기하는 흑인 래퍼 집단 프리월드에게 애인을 빼앗기고, 어머니와 여동생의 유일한 안식처인 트레일러에서도 쫓겨날 신세가 된다.

친구들의 권유로 '랩 배틀'에 출전한다.

45초 동안 랩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경기다.

'백인 쓰레기'라는 야유에도 그는 가슴 속 가득한 분노를 랩으로 분출한다.

'8마일'은 공업도시 디트로이트에서 촬영됐다.

디트로이트는 번창했던 시절의 꿈과 희망을 잃은 지 오래다.

실업과 빈곤, 폐허와 뒷골목이 디트로이트의 이면. 중산층은 사라지고 부유층과 빈민층이 뚜렷하게 나눠진 도시다.

'8마일'은 바로 그 경계인 '8마일 로드'를 뜻한다.

빈부의 경계지만, 그 길은 넘을 수 없는 거대한 벽이다.

현실을 벗어나려는 지미나, 뉴욕으로 가려는 알렉스는 그 벽을 넘기 위해 몸부림치는 영혼이다.

커티스 핸슨은 그 몸부림을 냉혹하거나, 반항적이고, 전투적으로 그려내지 않는다.

지미의 동생 릴리(백합이란 뜻)에서 보듯, 희망과 꿈을 가진 이들이 이겨내야 하는 시련으로 그려낸다.

랩은 그들의 현실을 위로하는 유일한 소통점이다.

특히 랩 베틀에서 이긴 후 지미가 야근을 위해 공장으로 가는 장면은 처연하면서도, 가슴이 찡하다.

가수인 에미넴의 연기가 뛰어나다.

LA 타임스의 평론가 케네스 튜란은 "에미넴은 업데이트된 제임스 딘의 특질을 지녔다"고 추켜세웠을 정도다.

마지막 랩 베틀이 절정이다.

그러나 랩의 운율을 자막으로 맛보기엔 부족하다.

www.redlyrics.com에서 원문을 접할 수 있다.

18세 관람가. 1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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