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뉴스초점> 우방·갑을...전 경영주 비리 百態

재산 숨기기, 회삿돈 유용, 부실계열사 자금지원, 분식회계를 통한 대출받기....

예금보험공사(사장 이인원)가 18일 밝힌 부실채무기업 전 경영주(사주)들의 비리가 시민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기업인으로 마땅히 갖춰야 할 '도덕성'은 찾아보기 힘든 반면 기업을 개인 소유물로 여기고 갖가지 수법을 동원, 비리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 이에 따라 국민 세금으로 조성된 공적자금이 투입된 금융기관과 기업의 부실을 초래한 이들에 대한 철저한 책임 추궁과 처벌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48개 부실채무기업에 대한 조사 결과 부실책임이 확인된 기업은 13개사. 지역 기업으로는 우방, 갑을, 청구 전 경영주들이 비리 혐의로 예금보험공사의 조사를 받고 있으며 지역에서 출범했던 건영 전 경영주도 조사받고 있다. 우방, 청구, 건영은 법정관리중이며 갑을은 워크아웃 절차를 밟고 있다. 다음은 예금보험공사가 밝힌 지역 주요기업 전 경영주들의 비리 혐의.

△ 회사 '뻥튀기' 수법으로 돈 끌어오기.

부실기업 전 경영주들이 가장 흔하게 사용한 수법은 회사 분식회계를 통한 금융기관 차입 및 회사채 발행이었다. 박창호 전 갑을 회장은 1995~1997 회계년도 중 매출액 과다계상 등의 방법으로 당기 순이익이 발생한 것처럼 분식된 재무제표를 이용, 금융기관으로부터 차입하거나 회사채를 발행했다. 이중 상환하지 못해 금융기관에 손해를 끼친 금액이 4천859억원(차입금 4천104억원, 회사채 973억원)이나 됐다. 이순목 전 우방 회장도 지난 1995~1996 회계년도 중 매출액 과다계상 등의 방법으로 당기 순이익이 발생한 것처럼 분식된 재무제표를 이용,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을 차입하거나 회사채를 발행하고 이를 상환하지 못해 금융기관에 309억원(차입금 178억원, 회사채 131억원)의 손실을 초래했다.

또 박 전 갑을 회장은 경영실적이 악화되고 자기자본이 완전 잠식되는 등 지급능력을 상실한 갑을전자(주) 등 4개 관계회사에 대해 별도의 채권보전 조치 없이 2천618억원을 빌려줘 회사에 손실을 초래한 혐의도 받고 있다.

△ '회삿돈은 내 돈'.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장수홍 전 청구 회장은 1996년 7월~98년 5월 중 주택조합 외 2곳의 건설현장에 대해 조합원 이주 및 사업비 대여금 명목으로 233억원을 대여한 것으로 장부를 조작, 이를 개인적 용도로 사용한 혐의다. 또 이순목 전 우방 회장은 1998년 8월~2000년 2월 중 공사금액을 과다계상하는 방법으로 66억원의 자금을 조성, 사적으로 사용했다는 것.

△ 금융기관 자금 부당 차입

박창호 전 갑을 회장은 1996년 2월~4월 중 신한견직(주) 등으로부터 기계를 공급받는 것으로 가장, 리스 등으로부터 200억원을 차입했다 이를 상환하지 못해 금융기관에 손실을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1995년 1월~98년 6월에는 해외 현지 법인과 공모, 중고기계 등을 실제 가격보다 고가로 수출한 후 금융기관으로부터 2천138억원의 수출금융을 받고 그 중 1천162억원을 갚지 못해 금융기관에 손실을 초래했다고 예금보험공사는 밝혔다.

△ 재산 은닉

이순목 전 우방 회장은 본인 소유였던 대구시 범어동 소재 부동산(20억원 상당)을 2000년 5월 본인이 이사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학교법인 우방교육재단에 매매했다. 같은 해 8월 회사가 최종 부도나기 3개월 전에 부동산 매매가 이뤄져 가장 매매를 통한 재산 은닉 혐의가 있다고 예금보험공사는 지적했다. 엄상호 전 건영 회장은 본인 보유 6억원 상당의 주식을 회사정리절차 개시결정(1997년 5월 19일) 이후인 2000년 12월 26일 가족 소유 회사에 매매했으며, 재산조사 과정에서 7억원 상당의 비상장 주식 보유사실도 확인됐다.

◈ 비리 전 경영주들 거취

회사 부실책임 혐의로 예금보험공사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는 지역 기업인은 장수홍 전 청구 회장, 박창호 전 갑을 회장, 이순목 전 우방 회장 등 3명.

그 중 장 전 회장은 지난 2000년 3월 대법원에서 1천여억원에 이르는 회사자금 횡령 혐의로 징역 5년형이 확정돼 현재 의정부교도소에 수감돼 있다. 장 회장은 오는 6~7월경 만기출소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박 전 회장은 대구에서는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고 서울 본사에 가끔 출근하고 있다. 이 전 회장은 외부와의 접촉을 중단한 채 검찰조사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리 혐의 경영주들이 많이 사용한 분식회계 수법은 90년대초부터 대부분 기업이 공공연하게 행해오던 관행이란 게 지역 경제계의 반응이다. 회사가 워크아웃을 밟고,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1997~98년 자료를 예금보험공사에서 확인한 결과 그 혐의가 확인됐다는 것. 한 경영주 경우 당시 이같은 분식회계를 통해 조성한 자금이 1천200억원에 이른다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지난 달 우방 전 임원 일부가 검찰 조사를 받았는데 이는 지난 2000년 시민단체가 우방 부도이후 비자금조성으로 고발됐던 130억원에 대한 조사의 일환이었다. 당시 조사를 받은 임원들은 이 전 회장에 대해서도 검찰 수사가 본격화될 것이란 느낌을 받았다는 것. 이 전 회장은 물론 장.박 전 회장도 예금보험공사 조사 결과 구체적 비리 혐의가 드러남에 따라 예금보험공사가 검찰에 수사를 의뢰, 수사를 받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예금보험공사는 "부실채무기업 조사를 더욱 강화해 부실에 관련된 모든 책임자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추궁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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