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일부방송 '참사'불구 스포츠중계 '빈축'

일부 공중파 방송사들이 11일 대구 지하철 참사 발생 직후 사건 생중계에 제대로 나서지 않아 여론의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특히 MBC와 SBS는 사망자 수가 100여명으로 대폭 늘어나는 등 지하철 방화가 '대형 참사'로 드러난 오후 시간대에 농구와 검도대회를 중계, 시민들의 들끊는 항의에 시달렸다. 또 서울 방송들의 스프츠 프로그램을 그대로 받아 중계한 대구MBC와 TBC(대구방송)에도 격한 비난이 쏟아졌다. MBC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여자프로농구 신세계 대 금호생명전'을 SBS는 같은 시간대에 '검도왕 대회'를 각각 방송한 것. 물론 두 방송사들은 일정 시간대마다 정규 방송을 끊고 '뉴스 특보'를 내보내거나 사건 속보를 자막으로 처리했지만 사고 소식에 목말라하는 시민들로의 요구를 채우기는 역부족이었다. 이에 반해 KBS와 YTN은 정규 방송을 중단하고 현장 중계에 나서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따라서 해당 방송국과 타언론사 등에는 하루종일 시민들의 항의가 이어졌다. 또 상인동 가스참사때는 스포츠 중계를 했다, 삼풍사고와 성수대교 붕괴때는 생중계에 나섰던 방송들이 또다시 '지역'을 차별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수동(50)씨는 "스포츠 중계 방송에 너무 열이 나서 4번이나 방송국에 전화를 했으나 정규 방송이 끝나야 된다는 대답만을 들었다"며 "지역 방송이 왜 있는지 모르겠다"며 비난했다.

이날 정오 이후 현장 중계를 요구하는 글들이 올라오기 시작한 서울과 지역 방송국 게시판은 시간이 지나면서 온통 원색적인 비난의 글들로 채워졌다.

한 네티즌은 "서울 소재 방송들이 현장 중계를 안하는 것은 백번 양보해 이해를 할 수 있지만 '대구'란 이름을 달고 있는 방송사들의 행태는 도저히 이해를 할 수 없다"며 "'대구'란 이름을 붙이는 것이 부끄럽다"고 항의했다. 또다른 네티즌은 "연락이 안되는 가족이 있는데 미치겠다. 한가하게 스포츠 중계를 하는 것을 믿을 수가 없다"며 중계를 요구하는 글을 올렸다.

이에 대해 해당 방송국 모 관계자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사건 소식 보도에 나섰지만 일부 정규 방송이 나간 것은 할말이 없다"며 "내부적으로도 이 문제에 대한 반성의 목소리들이 있다"고 밝혔다. 지하철 방화 참사를 계기로 '재난 보도'와 '지역 언론'의 역할 문제가 또다시 제기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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