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현장2003-대학갈 방 구하기 백태

입학과 신학기 개학을 앞두고 대학가는 방을 구하려는 외지출신 대학생들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대학에 첫발을 들여놓는 새내기들은 새 출발에 어울리는 좋은 방을 구하려고, 기성 대학생들은 업그레이드용이나 그 반대 상황에 맞춰 적당한 새 방을 구하기 위해 나름대로 열심이다.

또 방을 세놓거나 하숙을 치는 사람들은 그들 나름대로 학생 유치 홍보전을 구사하고 있다.

개학이 임박한 대학촌은 새 질서형성을 앞두고 다소 들뜬 듯한 막바지 혼돈상태를 보여주고 있다.

방을 구해야 하는 타지역 출신 학생들은 학교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구대의 경우 전체 신입생 중 약 47.5%, 경일대의 경우 33.5%에 이른다.

이들이 가장 먼저 문을 두드리는 곳은 기숙사이지만 학교마다 기숙사 수용인원이 충분치 않아 입사 경쟁률이 평균 2대 1을 넘어선다.

계명대의 경우 기숙사 수용인원은 1천570명. 타지역에서 유학온 학생만도 5천200여명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입사 경쟁은 치열할 수밖에 없다.

계명대는 내년 하반기에 2천명 수용이 가능한 기숙사가 완공돼 다소 숨통을 틔워줄 것으로 보이지만 여타 대학들도 궁색하긴 마찬가지다.

대학가는 기숙사 입사 여부가 결정된 2월 둘째주부터 본격적인 '방 구하기 전쟁'이 시작된다.

최근 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주거형태는 원룸. 학생들의 취향이 고급화하면서 학교 주변에는 몇 년 전부터 원룸들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섰고 지금도 늘어나는 추세다.

영남대 주변 경산시 임당동 주변에는 원룸 250여동에 3천700여가구가 밀집해 있고 대구대 주변에도 약 150여동의 원룸이 모여 있다.

대구대 관계자는 "90년대 후반부터 들어서기 시작한 원룸이 거의 포화상태지만 지금도 신축중인 건물이 많다"고 말했다.

원룸의 가격은 학교별, 지역별로 차이가 있다.

경북대 북문 주변에는 보증금 250만~300만원에 월 30만원, 영남대는 보증금 50만원에 사글세 230만~270만원, 대구대 정문은 사글세로 12개월 기준 250만~300만원 정도이다.

대구대 주변의 경우 평수와 조건이 같을 경우 자취방이 원룸에 비해 40만~50만원 가량 싸지만 대부분 원룸을 선호한다.

경북대 북문 앞에서 23년째 부동산소개소를 운영하고 있는 이종갑씨는 "학생들 사이에서 개인주의가 심화되면서 대부분 값싼 자취방이나 하숙보다는 비싸더라도 깔끔한 독립공간인 원룸을 선호하는 경향"이라고 말하고 "부모의 경제능력은 고려않고 원룸을 고집하는 딱한 경우도 적지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다보니 자취방이나 하숙방은 가격이 많이 내렸다.

경북대 정문앞 대일부동산 김영옥씨는 "요즘 학생들은 거의 자취를 안하는 것 같다"며 자취방을 찾는 학생은 10명중 1명 정도에 불과하다고 했다.

자취방은 그래서 월 10만~15만원 사이면 구할 수 있다.

학생들의 주거지로 틈새시장처럼 대두되고 있는 곳이 고시원. 고시생뿐만 아니라 알뜰 지방학생들이 애용하고 있다.

시설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싸게는 8만원에서 15만원 정도면 된다.

공부도 하고 방값도 해결해 일석이조. 1, 2평 남짓한 고시원의 경우 한 사람이 겨우 누울 수 있을 정도의 공간. 책상 하나가 전부다.

원룸이 과잉일 정도로 넘쳐나고 이때문에 전통적인 하숙, 자취방에 손님이 잘 들지 않다보니 학생유치 경쟁도 치열하다.

영남대 원룸촌을 걷다보면 "방 구하러 오셨어요?"하며 집구경을 하러 들어오라는 집주인들의 '호객행위'를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최근에는 원룸관리를 전문으로 하는 신종 업체까지 생겨나 학생유치에 열을 올린다.

또 부동산소개소에 의뢰해놓거나 학교 주변 전봇대나 벽에 '하숙', '원룸' 등의 전단지를 붙여놓는 고전적인 방법도 여전하고, 학교 주변에 '하숙', '자취' 등 플래카드를 붙인 홍보 자동차들이 즐비하게 늘어선 이색풍경도 생겨났다.

대구대 부동산학 전공 학생 4명은 직접 발품을 팔아 학교주변 상세정보를 수집, 후배들에게 무료로 제공하면서 전공 실습을 하는 경우도 나타났다.

그리고 각 학교 인터넷 게시판이 적지않은 위세를 부리고 있다.

특히 방을 함께 사용할 '룸메이트'를 구하는 '광고'가 많다.

방값을 줄이려는 의도에서 소박하게 시작된 이같은 룸메이트 구인이 엉뚱하게 변질되는 사례도 적지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방값 절약을 빌미로 남녀 대학생들이 한 방을 쓴다는 것.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학교 주변에는 이같은 소문이 공공연한 사실로 알려져 있다.

인터넷에 '이성 룸메이트'를 구하는 사연들도 심심찮게 올라온다.

대구가톨릭대 3학년 김경돈씨는 "바로 내 옆방에도 동거 커플이 자취를 했었다"면서 "학교 주변에는 이런 일들이 생각보다 많다"고 귀띔한다.

경북대 법학부 3학년 여민경씨는 "신입생 때 1실2인방을 썼었는데 룸메이트와 생활 양식이 맞지 않아 고생을 많이 했다"면서 "좀 비싸더라도 혼자 사는 것이 마음고생을 더는 일이라 생각해 계속 혼자 방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방 구하기 전쟁'이 막바지에 이르고 있는 요즈음, 학생들은 나름대로 청운의 꿈을 한자락씩 안고 한동안 안주할 둥지를 찾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원룸촌을 돌거나 전봇대 앞에서 전화번호를 옮겨 적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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