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화제> 지하철 참사로 고아가 된 3남매

지난 18일 발생한 대구지하철 방화 참사로 영천시 화남면 귀호리 엄수미(여.7.화남지곡초교 1학년). 난영(여.6) 동규(4)군 등 어린 3남매가 엄마마저 잃고 고아가 돼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

"어머님, 저 불에 갇혀 죽을 것 같아요. 제가 죽더라도 애들을 잘 돌봐주세요"

3남매의 엄마인 박정순(32)씨는 18일 오전10시쯤 휴대폰으로 대구 지하철 화재현장에서 화남면 귀호리 집으로 전화를 걸어 시어머니 황정자(60)씨에게 이같은 말만을 남긴채 연락이 끊겼다.

19일 오후5시45분쯤 실종된 박씨의 시신을 대구 영남대병원에서 찾았다는 전화가 화남면 집으로 걸려온 순간 그래도 혹시나 하며 생존에 일말의 기대를 걸고 초조하게 기다리던 박씨의 시숙모 손필례(여.56)씨와 3남매의 고모 엄순옥(여.43)씨는 3남매를 끌어안고 오열했다.

"고모, 왜 울어 엄마는 지금 어디 있어?". "수미야 난영아 동규야 이제 엄마를 다시 못 보게 됐단다". "왜?". "엄마는 아빠를 따라 저 세상으로 갔단다". "엄마 보고 싶어...".

3남매는 작년 1월 아빠가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나자 엄마를 따라 대구에서 본가인 영천 화남면으로 이사했다.

시어머니 혼자 사는 본가에서 박씨는 인근 영천공고에서 급식보조요원으로 일하며 받는 월급 60만원과 농사일로 3남매를 키워왔다.

박씨는 학교에 정식 영양사로 취직하기 위해 올해 1월부터 대구시내 요리학원에 등록, 낮에는 일하고 저녁에는 학원에서 조리사 자격시험을 준비중이었다.

사고가 난 18일은 학교가 봄방학을 한 첫날이고 박씨는 방학이라 오전에 요리학원수업을 받으러 가다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져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했다.

"막내아들 동규가 자꾸 엄마를 찾아달라고 보채 가슴이 미어질 것 같습니다".

동규를 등에 업은 고모 엄씨는 "하늘도 무심하지, 이 어린 것들에게 세상에 어찌 이런일이 생기는지..." 말을 잇지못하고 흐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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