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동차 소방법 대상서 제외" 피해 키웠다

지하철 전동차와 궤도는 소방법에 적용되지 않는 바람에 △궤도가 설치된 대구지하철 중앙로역 지하3층에 스프링클러 등 자동 진화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고 △전동차 내부에 가연성 재료를 대량 사용했으며 △배연설비 마저 없어 엄청난 참극을 빚은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대구시지하철공사는 감사원 감사에서 화재발생에 대비한 배연시스템의 설계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받고도 이를 보완하지 않아 피해를 키운 것으로 밝혀졌다.

조영택 행자부차관은 19일 국회 행자위 답변에서 "지하철 전동차와 궤도는 소방법이 적용되지 않고 도시철도법 적용을 받아 중앙로역 지하3층 궤도에 스프링클러 등 자동소화 설비가 없었다"며 "지하철역 구내와 궤도에 소방법 적용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조 차관은 또 "전동차에 가연성 재료가 많았던 것도 같은 이유"라며 "도시철도법과 하위법을 보완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대구시소방본부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소방법이 적용됐으면 자동소화설비를 갖춰 조기 진화가 가능했고 배연시스템으로 질식사 피해자도 줄일 수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소방법이 적용되면 원천적으로 전동차 내부에 가연성 물질을 대량으로 사용하지 못해 불의 빠른 확산을 막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민주당 조배숙 의원은 "감사원이 지난 2001년 11월 '대도시권 도시철도 건설사업 집행실태' 감사를 통해 화재에 대비한 배연시스템의 설계가 부적절하다고 대구시에 통보했음에도 이를 시정하지 않아 피해가 확대됐다"고 주장했다.

조 의원은 보도자료에서 "당시 감사원은 승강장 화재시 연기가 터널구간 감지기에 감지되면 승강장 환기시스템이 배연기능 대신 밖의 공기를 안으로 들어오게하는 급기기능으로 전환되도록 설계, 연기가 빠져나가지 않아 질식사고 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또 화재 발생시 승객들의 대피통로가 되는 에스컬레이터와 개.집표기 등을 화재수신반과 연동시켜 승객들이 지상층으로 대피하는데 방해가 되지 않도록 설계돼야 하는데 연동 설계가 되지 않아 화재 발생시 승객들의 혼란이 우려된다"고 시정토록 요구했다는 것.

◈ 인화물질 사용...소화설비 안해도 돼

지하철 전동차와 궤도는 소방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 궤도가 위치한 대구지하철1호선 중앙로역 지하3층에는 스프링클러 등 자동소화 설비를 애초 설치하지 않는 등 화재에 무방비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배연시스템이 화재시 연기와 유독가스를 바깥으로 배출하는 것이 아니라 바깥 공기를 안으로 흡입하도록 설계된 것으로 알려지자 시민들은 아예 입을 다물었다. 대피통로가 될 에스컬레이터와 개.집표기는 되레 지장물이 된 상황이 쉽게 납득되지 않았다.

지하철이 소방법에 적용되면 도시철도법 적용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

대구시소방본부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한마디로 "하늘고 땅 차이"라는 반응이다. 한 관계자는 "소방법에 적용됐으면 중앙로역에서 처럼 방화사건이 발생해도 차량에 가연성 재료가 많지 않아 그토록 빨리 불이 확산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맞은편 전동차로 불이 옮겨붙는 상황은 더더욱 발생하기 어려웠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는 이어 "화재가 발생해도 경보 장치와 스프링클러가 자동 작동해 조기 진화가 가능했고 평소 소방점검과 소방훈련으로 체계적인 재난 구조 대책이 마련됐을 것"이란 아쉬움도 표시했다. 배연시설이 화재발생시 연기를 배출하는 형태가 아니라 바깥 공기를 안으로 빨아들이는 흡기 형태라는 점에 대해서도 쉽게 이해하지 못했다.

소방 전문가들은 "이번 참사를 계기로 지하철 관련법이 보완돼야 하고 관련자 문책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을 많이 내놓았다.

한편 국회 행정자치위원회(위원장 박종우)는 19일 조영택 행자부차관 등 관계자를 출석시킨 가운데 대구지하철 참사와 관련한 각종 문제점을 따졌다.

한나라당 민봉기 의원은 "일본 지하철은 불이 나지 않는다. 우리나라 지하철은 가연성 재료로 만들었느냐"고 질의했다. 조 차관은 "지하철은 소방법에 적용되지 않고 도시철도법의 적용을 받는다"며 "항공기 선박 철도도 마찬가지다"고 밝혔다. 그는 "역 구내를 소방법에 적용되도록 검토하고 전동차는 도시철도법과 하위법을 보완해 가연성 물질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보완해야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 차관은 스프링클러가 작동되지 않은 이유를 따지는 민 의원에게 "궤도가 설치된 중앙로역 지하3층도 소방법 적용 대상이 아니며 1500볼트 고압선이 지나가 스프링클러를 설치하지 못했다"고 답변했다.

한나라당 김기배 의원은 "이번 대형사고는 민간건물에 일어난게 아니라 국가 시설에서 일어났으므로 책임이 국가에 있다"며 "매연이 빠져나가지도 않는 엉터리 공사로 많은 인명피해를 낸데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 정신이 빠진 나라다"고 추궁했다. 김 의원은 또 "지하철에 민방위훈련을 했느냐"는 질문에 조 차관이 "승무원 훈련은 했으나 승객을 참여시킨 훈련은 한 적이 없다"고 답하자 "그러니 여태껏 민방위 훈련이 엉터리 아니냐"고 문책했다.

민주당 이강래 의원은 "화재가 난뒤 맞은 편에서 진입한 차량에게 4분의 시간이 있었는데 왜 진입을 막지 못했느냐. 종합사령실에서 지령을 내리기 불가능했다면 핸드폰 연락이라도 할 수 있었던 것 아니냐"고 따졌다.

한나라당 목요상 의원은 "100명 넘게 사망했다는데 50여명 사망한 것으로 보고하는 것은 의도적인 축소 보고가 아니냐"고 질책했다.

이외 의원들은 △전동차 수동 개폐가 안된 이유 △민방위본부를 사고 예방과 훈련 중심으로 체제를 바꾸는 방안 △정전된 이유 △문을 열어달라는 고함에 엉뚱한 방송만 계속된 경위 등을 집중 질의했다.

그러나 의원들의 질의는 몇몇 부분을 빼고는 언론에 보도된 바를 확인하는 원론적 수준에 머물렀고, 지하철이 소방법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조 차관의 답변에도 주목하지 못했다. 행자위는 오전, 건교부는 1시간여만에 대구지하철 참사에 대한 질의를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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