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하철공사-사고 기관사 미리 입맞췄나

이번 지하철 방화 참사에서 대형 인명 피해가 발생한 대구지하철 1080호 전동차의 기관사가 사고 직후부터 경찰 출두 때까지 지하철공사 측과 지속적으로 접촉한 것으로 밝혀져 사전 조율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 때문에 대구경찰청 수사관 3명이 사건 당일 지하철 건설본부장실로 찾아가 최씨의 신병 인도 방법을 논의하기까지 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1080호 전동차 기관사 최모(39)씨가 사고 당일 현장 부근에서 배회하다 밤 9시쯤 경찰에 자진 출두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지하철공사 관계자는 최씨가 사고 직후부터 11시간 동안 지하철공사 직원과 함께 있거나 연락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사고 후 지하철공사 직원 4명은 최 기관사로부터 연락을 받고 나가 오후 1시쯤 중앙로역의 경상감영공원쪽 출구에서 서로 만났다.

지하철공사 최모 팀장은 "당시 최 기관사가 몹시 불안해 하는 것으로 보이는 데다 휴대전화 배터리마저 소진돼 동행한 다른 직원에게 별도 지시가 있을 때까지 연락이 닿는 곳에 함께 가 있도록 조치했다"고 말했다.

최 기관사는 이 지시에 따라 지하철공사 직원 1명과 함께 중앙로역 인근 한 가게에 있다가 중부경찰서로 출두했다는 것.

최모 팀장은 또 이날 저녁 중태에 빠져 동산병원에 입원 중이던 1079호 기관사를 문병갔다가 기관사 최씨가 도망친 것으로 알고 있는 다른 동료들에게 "최씨는 현재 연락이 닿는 곳에 있다"고 말해 주기도 했다고 전했다.

또 이 시간쯤 지하철공사 관계자로부터 "수사관들이 최씨를 찾고 있는데 연락이 가능한가?"라는 전화를 받고 최씨의 소재를 알려 줬다고 했다.

이 연락 후 본부로 향하던 최씨 등은 "최씨를 어디로 보낼지 형사들과 의논 중이니 잠시 기다리라"는 본부측 전화를 받고 한 시간 가량 더 기다린 뒤, "가까운 중부경찰서로 가라"는 지시에 따라 밤 9시쯤 경찰서로 향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대구경찰청 수사과 관계자는 "상부의 지시를 받고 사고 경위를 파악하러 오후 7시쯤 지하철공사를 찾아갔을 뿐 최씨의 소재에 대해선 전혀 몰랐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최 기관사의 진술 일부가 실제 상황과 일치하지 않고 지하철공사 측에 유리한 방향으로 진술된 것으로 확인돼, 최씨가 사전에 공사측으로부터 말 맞추기를 지시받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최씨는 경찰에서 "사령실로부터 전도역(앞의 역)에 사고가 났으니 주의운전하라는 무선연락을 받았다"고 했으나, 당시 사령실 관계자들은 불이 났다는 휴대전화 연락이 최씨로부터 온 뒤에는 일체의 유무선 통신이 불능 상태였다고 했다.

이 때문에 실종자 가족들은 19일 오후 시민회관 분향소를 찾은 백승홍 국회의원, 대구시 관계자 등에게 사건축소 의혹을 파헤쳐 줄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지하철공사 윤진태 사장은 "사고 당일 최 기관사가 전동차에서 빠져 나왔다는 사실만 알 뿐 현장에 쫓아다니느라 추가로 보고 받은 것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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