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바람개비-과학도 문화다

과학도 문화다.

과학이라면 으레 중·고교 때 배운 물리공식부터 떠올리는 이들은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며 의아해 할 수도 있다.

아니면 골치 아픈 과학이야기는 왜 하려 하느냐며 핀잔을 줄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실에선 엄연히 두 개의 다른 문화가 존재한다.

과학기술전문가들의 문화와 일반시민의 문화다.

전문가들은 자기들만이 아는 용어로 자기들만이 이해하는 배타적인 과학지식을 가꾸어왔다.

반면 일반시민들은 무지에서 오는 무관심 아니면 무조건적인 과학맹신을 보인다.

최근 확연히 구분되던 두 문화간의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하는 '과학문화'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과학기술에 대한 일반 시민의 이해를 높이는 데 전문가들이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 것이다.

몇 년 전의 과학독서아카데미 운동에 이어 최근엔 김수환 추기경 등이 앞장서 '사이언스북 스타트 운동'을 시작하기도 했다.

한국과학문화재단 최영환 이사장은 최근 꼭지만 틀면 언제나 수돗물을 쓸 수 있듯이 생활주변에서 항상 과학을 접할 수 있도록 과학문화 콘텐츠를 확보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작년 10월부터 시작된 '과학기술 앰배서더(홍보대사) 사업'도 그 일환의 하나다.

한국과학문화재단이 비용을 지원하는 이 사업은 과학기술전문가와 청소년의 만남이 주목적이다.

지금까지 교수·연구원 등 430여명의 과학자들이 초중고교 등 학교와 단체를 찾아가 120여회의 강연을 하며 과학전도에 나섰다.

하지만 대구·경북은 그런 '과학문화'열풍을 아는지 모르는지 초연할 뿐이다.

총 120여회의 과학기술 앰배서더 활동 중 대구·경북에서 열린 것은 작년 10~11월 대구 운암고와 현풍중, 청도 모계고와 구미전자공고에서 열린 4회가 고작이었다.

오는 25일 덕원고에서 열리는 강연을 포함하더라도 청소년들이 과학을 접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타지역에 비해 차단당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 과학기술부와 한국과학문화재단은 공동으로 과학기술 앰배서더 사업을 확대개편, 범국가적 과학문화 운동인 '사이언스 코리아(Science Korea)'프로젝트를 추진키로 했다.

과학기술부는 또 올해에 지방과학기술의 발전을 위해 투입되는 총 1조4천650억원 중 495억원을 지방 과학문화 확산을 위해 지원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를 받아들여야 할 대구·경북 지역민들의 과학문화 마인드. 침체된 지역의 경제활성화를 위해서는 과학기술이 중요하다는 점은 누구나 공감한다.

그러나 과학기술도 기초과학의 자양분을 먹고 자란다는 사실은 쉽게 잊어버린다.

IT(Information Technology), BT(Bio Technology), NT(Nano Technology)도 IS(Information Science), BS(Bio Science), NS(Nano Science)가 기본 바탕임을 알아야 한다는 일부 과학자들의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때마침 경북대가 2012년까지 1천286억원의 연구개발비를 투입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양성자가속기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세계수준의 첨단기초과학단지가 들어설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이젠 이 지역에서도 과학문화 열풍을 조용히 받아들일 때다.

과학은 어렵기만 한 신비한 학문이 아님을 시민들이 깨달을 때쯤이면 우리도 더 이상 노벨상에 목말라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믿는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