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국서 살아보니-화끈한 한국 사람들

한국인은 그들이 사랑하는 고추장처럼 화끈한 민족인것 같다.

사람 사는 모습 다 한가지라고들 하지만 중국인과 한국인의 사는 모습을 비교해 보면 몇 가지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

중국인들은 '인내의 미덕'을 중시하는 민족답게 보통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비교적 잘 참는다.

그러나 참다참다 견디기 힘든 지경에 이르러 한번 폭발했다 하면 그 화는 밑도 끝도 없는 게 중국인의 민족성이다.

이에 반해 한국사람들은 매우 솔직한 것 같다.

그 사람의 감정 상태를 얼굴에서 쉽게 읽을 수 있다.

그래서 때로는 쉽게 남과 얼굴을 붉히기도 하고 언성을 높여 말다툼을 하기도 하지만 그러다가도 술 한두 잔 오가게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친구가 되어 버리는 참 신기한 민족성을 가지고 있다.

때론 쉽게 달아올랐다가 쉽게 식기도 하지만 그래도 뒤끝은 없다.

스트레스를 맘속에 담아두기 보다는 툴툴 털어 버리는 것을 보면 한국인의 성격이 매우 화끈하고 낙천적임을 알 수 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일반적으로 중국인을 묘사할 때 '소년노성(少年老成)'(나이는 얼마 되지 않지만 행동은 늙은이처럼 패기가 없다)와 '미노선쇠(未老先衰)'(나이 들기 전에 먼저 늙는다) 라고 쓰곤 했다.

이는 중국인이 생활을 즐길 줄 모르고 융통성도 없고 지나치게 고지식하다하여 나온 말일 것이다.

이에 반해 한국인은 일할 때 열심히 일하고 놀 때는 잘 놀 줄 아는 사람들인 것 같다.

낮 동안의 활동이 끝난 후 술 한잔하고 기분 좋아지면 너나 할 것 없이 노래방으로 직행하는 것은 한국인의 회식문화의 정해진 코스다.

한국에서 가장 각광받는 인간형은 능력 있으면서도 잘 노는 형이다.

내가 한국TV를 시청하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프로그램은 바로 '전국노래자랑'인데 이 프로그램은 중국인인 나에게는 신선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70이 넘은 할아버지·할머니들이 유연하게 춤을 추면서 마이크를 잡고 정확하게 박자에 맞추어 가면서 노래를 부르고, 관중석에서도 흥을 이기지 못해 그 자리에 일어나 덩실덩실 춤을 추는 모습을 보면 한국인은 늙어서도 삶을 즐기면서 살 줄 아는 화끈한 민족임을 알 수 있다.

쿵칭신(孔慶信·58·중국·영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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