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유족들의 슬픔을 함께 하자

대구 시민들은 어제에 이어 오늘도 비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국에서 걸려오는 생사안부 전화를 받고 바로 이웃의 불행을 지켜보며 가뜩이나 경기가 나쁜 대구에 하필 이같은 대형참사가 잇따라 터지는지 말을 잇지 못한다.

바로 지난해 월드컵을 치르며 선진도시라고 자부해왔던 대구가 하루아침에 왜 "선진국 멀었다"는 외신들의 질타를 들어야하는지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사고 사흘째를 맞았는데도 아직 정확한 희생자수도 파악하지 못하고 실종자의 소재파악조차 못하고 있는 대책본부의 사후처리와 의문투성이의 사고원인에 대한 수사도 아직 미진해 시민들을 더욱 분노케 하고 있다.

매번 대형사고가 터질 때마다 국민들이 느끼는 것은 항상 뒷북만 치는 우리 정치 및 행정에 대한 분노다.

백마디 위로가 무슨 필요가 있는가. 늘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이고 대부분은 외양간 고친 것도 금방 잊어먹으니 말이다.

사고가 나기 전에 안전조치를 했더라면, 객차 구조물을 불연재로 바꿨더라면, 비상배터리로 출구안내판이라도 제대로 설치 했더라면 이렇듯 많은 희생자를 내지 않았을 것 아닌가. 우리는 참으로 한심한 나라에 사는 국민이란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어디 지하철 뿐이겠는가. 대형백화점, 호텔, 지하상가, 극장, 유흥업소 등 어느 한곳도 마음놓고 드나들 수 없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번 사고에서 보여준 대구시민들의 봉사정신은 크게 돋보여 대구가 반드시 이 슬픔을 딛고 다시 도약 할 것임을 믿게 해 줬다.

자원 봉사자들의 밤새운 봉사활동과 주변 상가, 심지어 지나는 시민까지 쓰레기 하나라도 치우고 빈소와 사고 장소에는 추모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대구시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지하철역사 전반에 대한 안전진단을 철저히 하고 잘못된 시스템은 뜯어 고쳐야 한다.

그리고 이 사고를 신속하게 치유하고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시민들도 유족들과 슬픔을 함께 나누고 사고 수습에 동참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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