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입원중인 119구조대 이창욱씨

"허리가 끊어지고 숨이 멎을 것 같은 고통이 계속됐지만 위기에 빠진 희생자들이 있는 한 나 살겠다고 드러누울 수는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대구지하철 참사 희생자 구조활동 중 독가스를 마시고 허리를 다쳐 곽병원에 입원 중인 중부소방서 119구조대 이창욱(33) 소방관은 현장 최초 도착자 중 한 사람으로서 지하 1.2층의 당시 상황을 자세히 설명했다.

이 소방관이 사고 현장에 도착한 것은 18일 오전 9시55분쯤 불이 난 직후. 지하철 출입구까지 시커먼 유독가스가 들어차 산소통을 지고도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였다고 했다.

"살려달라"는 생존자의 비명을 따라 들어간 지하 1층은 그야말로 아비규환. 생존자들은 무리를 지은 채 "살려 달라" 비명을 지르고 있었고, 많은 사람들은 소방관의 손전등 불빛을 향해 필사적으로 달려 들었다.

이 소방관이 지하 1층에서 구한 생존자는 20여명이었다.

그 후 내려간 지하 2층에는 독가스에 질식된 승객들이 곳곳에 쓰러져 있었다.

들것에 실어내기를 한참. 소방관의 산소통 공기가 다 떨어졌음을 알리는 경보음이 울렸다.

빠져 나와야 할 상황. 그러나 지상으로 올라오던 중 지하 1층 인조 화단 부근에서 "도와달라"는 다급한 소리가 발길을 붙잡았다.

젖먹던 힘까지 다해 의식을 잃어가던 그 아주머니를 안고 밖으로 뛰었다.

이미 산소가 떨어져 소방관 자신도 독가스를 들이마신 상태라 가슴이 답답하고 허리가 부러지는 듯 아픈 상황이었다.

"6년간 119구조대원으로 활동하면서 이번처럼 처참한 경우를 만난 것은 처음"이라는 이 소방관은 "구조대원이라면 그 상황에서라도 누구든 나처럼 했을 것"이라고 했다.

독가스를 마시고도 이 소방관은 쉴 수가 없었다.

불탄 사체가 계속 발견되면서 통증에 신경쓸 수가 없었던 것. 계속 지하를 드나들다가 19일 새벽 2시가 돼서야 자신을 돌 볼 차례가 돌아왔다.

교대 조치된 뒤 긴장이 풀리면서 통증이 본격적으로 덮쳐 왔고, 드디어는 병원으로 실려가야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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