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실종자.희생자 가족들 표정

지하철사고 참사 현장의 충격.절규.슬픔은 실종자 가족 대기소, 사망자 합동분향소, 사고대책본부 등이 모여 있는 대구 시민회관으로 고스란히 옮겨져 있었다.

19일 저녁 7시쯤 시민회관 입구 곳곳은 연신 담배 연기나 뿜어대는 허탈한 표정들이 덮고 있었다.

실종자 상황판 앞으로 몰려든 사람들은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혹시 가족의 이름이 있는지 훑고 또 훑어댔다.

일가족으로 보이는 5, 6명은 "TV가 사고 당시의 지하철 CCTV 녹화장면만 보여줄 뿐 반야월역에서 대구역 사이의 각 승강장 화면은 왜 안보여 주느냐"고 분통을 터뜨리고 있었다.

그걸 통해서라도 이번 사건에 가족이 연관됐는지를 확인하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실종자 가족 대기실은 1천명도 넘는 것 같은 사람들로 한증막을 방불케했다.

찾는 발길이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 통로를 지나기도 쉽잖을 지경이었다.

하나같이 초췌한 얼굴. 한 20대 여성은 복도에서 휴대전화 통화를 하면서 내내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앉아있기에는 너무 초조한지 상당수는 서 있었고, 혹시 가족의 소식을 들을 수 있을까 이곳저곳 쉼 없이 귀를 기울이고 다니는 사람도 있었다.

여기저기 계속 옮겨다니던 정모(54)씨는 "눈에 넣어도 안아플 내 딸이 불 난 전동차 맞은 편 차를 탔다가 참변을 당해 더 억울하다"며 잠을 이룰 수 없다고 했다.

정씨 옆에 있던 한 아주머니는 돌아다니며 상황을 알아보고 온 아들의 얘기를 듣더니 더 절망해 펑펑 울어댔다.

실종자 김모(34.여.경산)씨를 찾아 멀리 경남 진해에서 왔다는 오빠(51)는 없어진 누이를 원망해 댔다.

"평소엔 승용차로 출근하더니 이날은 어쩌다 지하철을 탔느냐". 다른 쪽에선 가족들이 부둥켜안고 눈물을 쏟아내고 또다른 쪽엔 울다 지친 사람들이 쓰러져 누워 있었다.

많은 사람들의 눈이 향해진 곳은 TV였다.

화면에 실종자 가족의 절규가 나오자 많은 사람들이 덩달아 눈 가를 훔쳤다.

일부는 아예 엉엉 목놓아 울어 버렸다.

그런 한편에서 TV 카메라 기자들이 이들의 이런 모습까지 다시 전하겠다며 조명을 환히 밝힌 채 촬영에 여념이 없었다.

그러나 함께 있는 희생자 분향소의 분위기는 달랐다.

완전히 침몰해 있었다.

일말의 희망마저 꺾여버린 유가족들의 눈빛은 그저 망연자실하고 휑했다.

눈물을 흘릴 기력도 없어 보였다.

이런 이웃들의 아픔을 함께 하겠다고 적십자사 등 10여개 단체의 봉사자들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었다.

한 봉사자는 "피곤한게 뭐냐?"고 했다.

"실종자.희생자 가족들이나 하루빨리 힘을 되찾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시민회관을 돌아 나오던 길. 행인들조차 그 앞을 지나면서 숨소리를 죽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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