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어머니 우리 어머니… 대구 지하철 참사로 안타까운 사연들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19일엔 또하나의 아픈 소식이 전해졌다.
반면 어떤 시민은 위기에 빠진 시민이 그런 가운데도 자신의 어머니를 업어 구해줬다며 감사에 감사를 전했다.
◇남겨진 휴대전화가 전한 비보
원윤경(26.여.대구 효목2동)씨는 사고가 난 18일 오전부터 연락이 끊긴 어머니 구기자(46)씨를 찾아 헤매다 이날 오후 2시30분쯤 드디어 휴대전화 연결에 성공했다.
누군가 전화를 받을 때는 가슴이 터질듯한 심정이었다.
몇 시간 동안이나 통화를 시도해도 응답 없던 어머니의 휴대전화가 열린 것.
그러나 휴대전화에서 흘러 나오는 목소리는 낯선 남자의 것이었다.
그리고 그 목소리는 "어머니의 시신이 보광병원에 있다"는 날벼락 같은 소식을 전하고야 말았다.
어머니는 그날 오전 한국산업인력공단 대구사무소(성서공단)에 한식요리사 자격 실기시험 원서를 접수하러 나갔었다.
"얼마 전 필기시험에 합격한 뒤 너무도 좋아해 가족.친구에게 자랑까지 하신 분입니다.
그날 나가실 때도 실기시험에 대한 기대로 얼굴이 너무도 밝았었지요".
딸을 더 안타깝게 하는 것은 평생을 주말부부로 지내다 이제사 함께부부로 복원한 어머니의 일생. 30년간 군 생활을 하다 얼마 전 전역한 아버지도 "늦게나마 아내와 함께 할 시간이 생겼다"며 좋아했었다고 했다.
생전 지하철 한번 안타던 어머니가 그날은 웬일로 지하철로 가겠다며 사고 전날 친구들한테 이용 방법을 물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출근길 딸에게 "어젯밤 꿈에서 네가 날 보고 계속 울더라. 몸조심해라고 신신당부했다"고 딸은 흐느꼈다.
◇어머니를 업어 살려 주셔서 고맙습니다
매일신문 인터넷 홈페이지 독자투고란에는 19일 합천이 고향이라는 어느 독자가 고마운 분에게 감사를 전하고 대구 시민들이 슬기로 이번 불행을 극복하기 바란다는 글이 올랐다.
그 글은 아래와 같다(일부 교정).
"불의의 사고를 당하신 많은 분들께 애도의 뜻을 전합니다.
그리고 몸이 불편한 저희 어머니를 구해주신 이름 모를 두 분의 대구시민께 진실로 감사를 드립니다.
사고 지하철에 어머니가 타고 계셨지만 그 뒤 보이지 않는다는 소식이 같이 있던 일행으로부터 왔습니다.
대구에 사는 형제들이 현장을 뒤졌지만 어머니의 소식을 알길이 없었다고 합니다.
오후 4시쯤에야 어머니가 무사히 집(합천)에 도착하셨다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그때 저는 울산에서 대구로 달려가던 중이었습니다.
어머니는 어떤 젊은 두 사람이 자신을 업고 지하철에서 탈출시켰다고 했습니다.
저의 어머니는 다리가 불편해 거의 걸어 다니기 불가능합니다.
건강한 사람도 변을 당하는데 그런 제 어머니가 어떻게 혼자 힘으로 빠져 나올 수 있었겠습니까?
정말 감사합니다.
자신도 위험한 상황에서 남을 구하신 그 마음에 축복이 함께 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대구 시민 여러분들의 슬기로 크나큰 불행을 하루빨리 극복하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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